게임샷에 리뷰를 등록한 바 있지만, 사정 상 내 툼레이더를 갖고 플레이하지 않은 것이고 너무 급히 작성하느라 글이 조금 엉망인 감이 없지 않아 엔딩을 본 지금 시점에서 차분하게 다시 정리를 하고 싶었다.
코어 디자인이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은 5편. 라라가 죽은 것으로 생각하고 관계자들이 모여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라라의 모험을 회상하는 것을 옴니버스 식으로 묶어 놓은 버전을 만든 것으로 시작됐다. 그래픽 수준이 4편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몇 가지 특수 효과를 제외시키는 등 전반적으로 급조의 느낌이 들었다. 새로운 최신 그래픽으로 만든다는 6편. 발매되기 전까지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으나, 결과물을 꺼내놓고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후임 제작사로 크리스탈 다이내믹스(Crystal Dynamics)가 선정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소울리버 1편을 즐겼던 사람이라면 알 듯 하다. 퍼즐이 툼레이더와 비슷한 면이 많다. 상자 퍼즐. 하지만 소울리버의 주인공인 라지엘은 라라보다 힘이 월등히 좋았기 때문에 돌 블럭에 손톱을 박아 넣고 블럭 위에 블럭을 올리기도 하는 등 보다 입체적인 면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레거시 오브 케인 시리즈에서 라지엘의 역할은 툼레이더식 퍼즐을 표현하고팠던 것이라고 보아도 괜찮을 듯 하다. 아주 오래 전 소울리버 소감을 작성할 때, 툼레이더를 비교한 적이 있었을 정도.
툼레이더식 퍼즐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던 크리스탈 다이내믹스가 맡았다는 말을 듣고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면이 있는 게임을 만든 적이 있고, 그래픽이라든가 음성 연출 면에서도 남달랐기 때문. 음성 연기의 최고봉은 아직도 소울리버 시리즈를 꼽는다. 소울리버의 원작은 로딩이라는 것이 없었다. 컷씬 중에 스트림으로 로딩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소울리버 2편부터 조금씩 로딩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픽 수준에 비하면 '로딩'이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정도. 조금 더 길어진 것이 디파이언스. 그러한 시간 차이 단계 면에서 볼 때, 툼레이더 레전드는 디파이언스 다음인 것이 맞다. 하지만 툼레이더의 그래픽 수준과 로딩의 관계를 보면 여전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제의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 옵션. 켜든 안 켜든 로딩 속도는 똑같다. 불편할 것 같던 체크포인트도 적재적소에 배치해 진행함에 있어서 불편함이라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체크포인트 기능은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좋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에는 좋았다)
툼레이더 레전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다양해진 액션, 속도감있는 플레이, 그리고 레벨의 스케일이다.
총을 사용할 때 사용 가능한 새로운 액션 덕택에 총격전만 벌어지면, 악당의 공격을 어떻게든 피해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된다. 슬라이딩해서 넘어뜨리기, 가까이 가서 발로 차기, 점프해서 악당 밟고 공중제비 돈 후 공중에서 공격하기 등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한 번 맛들이니 계속 사용하고 싶어지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툼레이더에서 처음 보는 액션이기도 하지만, 다른 액션 게임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니, 간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면서 총격전을 벌이는 부분 역시 충격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항상 발로 뛰고 점프하던 라라가 속도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기 때문에 내용이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문제점이 노출됐다. 악당들은 반드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기차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는 중에 악당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자동차들은 상대하기 번거로운 면이 있어 기차 쪽에 바짝 붙어 달려봤다. 철로 변에 나무도 많고 장애물이 많아 악당들이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악당들을 처리하지 않으면 끝없이 달리게 된다. 지구 한 바퀴도 돌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달린 듯 하다. =)
툼레이더 원작, 2편, 2 골드까지의 배경 스케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3편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하다 4편 일부 지역에서 조금 나아지다가 결국 5편 이후 협소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원작의 맵 스케일은 진짜 숨이 막힐 정도이다. "여길 어떻게 지나가야 하지?"라는 걱정으로 한 발자국 떼기까지 심적 갈등을 느끼게 될 정도. 2편에서는 그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꽤 큰 레벨이 나온다. 2편보다 2 골드가 훨씬 더 스케일이 크다. 어쨌든, 원작만큼은 아니지만 거대한 규모의 레벨을 다시 도입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속도감 있는 액션이라는 것은 모터사이클 질주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게이머의 갑작스러운 순발력을 요구하게 만드는 부분이라든가 카메라 방향만 맞으면 라라의 방향을 수동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원하는 곳으로 점프하게 한다거나 사다리나 밧줄을 탈 때, 또는 가장자리에 매달려 옆으로 움직일 때, 물 속에서 수영할 때 더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옵션이 존재한다는 점도 포함된다.
게임이 전반적으로 쉬워졌다. 쉽다는 것은 제어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퍼즐 역시 그렇다. 액션의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조작해야 할 키가 기존 툼레이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조작이 복잡하다거나 불편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보다 안정적인 조준 옵션이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조준 기능이 처음 도입된 것은 4편. 하지만 조준 기능이 조금 번거롭게 되어 있고, 신속한 조준이 어려웠다. 캐릭터를 살짝 옆으로 치우는 안정적인 조준 기능의 도입이 마음에 든다. 라라와 조금 더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되니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끔 켠다. =)
툼레이더의 탐험 범위는 버전이 더할수록 늘어나는 라라의 새로운 동작에 기반을 두고 있다. 찾아볼 곳이 그만큼 더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툼레이더 1편에서 라라는 앉을 수 없었다. 따라서 조그만 구멍 같은 곳을 찾아볼 이유가 없었다. 3편이 되면서 라라는 더 빨리 달리는 능력을 얻었다. 4편에서는 조준 기능의 추가로 뭔가를 조준해 맞출 수 있는 부분까지 찾아보게 만들었다.
레전드에서는 그래플이라는 도구가 바로 그 역할을 한다. 끝에 자석이 달려 있는 기다란 줄을 어디론가 던져 끌어오거나 움직이거나 점프 도우미로 사용할 수 있다 보니, 탐험 범위가 더 넓어졌다. 탐험 범위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늘어나지만, 툼레이더를 역순으로 플레이하면 앞으로 갈수록 답답해진다. 앉을 수도 없고 조준이라는 것도 할 수 없으니까. 답답해짐과 동시에 더 어려워진다. 라라가 취할 수 있는 액션이 적기 때문에 최근 시리즈에서는 갈 수 있을만한 곳은 일단 제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툼레이더의 시크릿은 항상 보상이 있었지만, 시크릿을 찾는 데에 들인 시간을 따지면 보상 수준은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에 비하면 레전드의 보상은 풍족하다 못해 넘쳐나는 수준이다. 라라의 기본 무기인 쌍권총의 기능을 개선한다는 점은 상당히 신선했다. 라라의 옷을 갈아 입히는 재미도 있다. 일부는 게임 진행 중에 경험했던 옷이지만, 일부는 아니다. 시크릿을 전부 찾아내지 못해도 보상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실제로 아직 다 못찾았다.) 했던 레벨을 시간 단축용 타임 트라이얼 모드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꽤 마음에 든다. 시계를 옆에 갖다 놓고 플레이하려는 시도까지 했던 점을 든다면, 알아서 측정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역사적으로 배경 음악이라는 것이 거의 없는 게임이다. 그에 비해 6편부터 음악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메인 타이틀 음악을 제외하면 그다지 와닿는 것이 없던 반면, 레전드의 음악은 상당히 마음에 든다. 굳이 비교하자면, 소울리버의 느낌과 비슷하면서 보다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Zanzarah의 메인 타이틀 송에 가깝다. 블랙모어스 나잇(Blackmore's Night)의 음악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에 대해 몇 가지만 더 얘기해보자. 디테일이 달라지는 점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왜 게임의 밝기까지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툼레이더 시리즈는 원래 좀 어두운 편이다. 무덤 속을 탐험하니 야외에서 진행하는 게임에 비해 어두울 수 밖에 없다. 이번에는 PLS(Personal Light Source)라고 하는 최신 LED 조명기구까지 갖고 나오는데, 이 도구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을 켜지 않으면 거의 사용할 일이 없다. 아래에 등록한 영국 레벨의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을 켠 스크린샷을 보면, 기본적으로 PLS를 사용하지 않으면 어둡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본 사람이라면 알 듯 하다. 옵션을 켜지 않으면 매우 밝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 사용 여부에 따라 라라의 얼굴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도 불만이다.
이런 이유로, 옵션을 사용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너무 커 게임을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뭐.. 두어 번 플레이해도 새로운 느낌이 들게 일부러 그랬다고 한다면 칭찬을 한 번 해줄만한 일이지만,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을 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칭찬은 커녕 욕먹을 일이다.
그래픽 디테일 중 눈에 띄는 부분은 라라에 대한 것. 정신없이 구르다(?) 보면 라라의 얼굴을 포함한 노출된 신체(팔, 다리)가 더러워진다. 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깨끗해진다. 물에서 나오면 물이 뚝뚝 떨어지는 표현 외에 몸에 물기가 묻어 있다는 의미로 노출된 신체 부분이 번득인다. 옷도 젖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보다 짙은 색상으로 표시된다. 몸에서 물기가 사라지면 옷도 원래의 색상을 되찾는다.(원래는 옷이 더 오래 젖어있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라라의 뒷면(?)을 보면 현재 갖고 있는 화력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갖고 있는 총이 등에 있고, 뒷춤에 갖고 있는 수 만큼의 수류탄이 매달려 있다. 동작도 꽤 섬세하다.

전체적으로 짧다. 돌아다니는 나라는 많은데 기존 툼레이더(5편 제외)에 비하면 꽤 짧은 편이다. 하지만 각 나라별로 중간 로딩되는 횟수를 감안해서 계산하면 그다지 짧은 것은 아니다. 대략 두 번씩 중간 로딩 타임이 있는데, 이것을 작은 레벨로 계산하면 24개가 되니 짧다고 할 수 없다.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작은 레벨들을 한데 묶고, 한 나라에서의 모험이 모두 끝날 때에 시크릿 등을 몰아서 한꺼번에 계산하니 실제로 진행한 레벨이 세 개가 아니라 한 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다는 것도 짧게 느끼게 만드는 데에 힘(?)이 됐다. 툼레이더 3편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자랑스러워 하던 것은 세이브 횟수가 네 자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실제로 나도 첫 진행 시 900회 가까이 갔다). 세이브가 많으면 로딩도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실제 게임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 게다가 3편은 로딩 시간도 다른 버전들에 비해 긴 편이다. 툼레이더 1편도 그다지 길지 않다.
툼레이더 시리즈 중 6편부터 생긴 불만이 하나 있다. 용량. 툼레이더 5편까지는 설치 시간도 짧고, 하드 디스크에 복사되는 파일도 실행 파일과 설정 파일 외에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로딩 시간이라는 것이 다른 게임들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던 셈이다. 6편부터 하드 디스크에 들어가는 용량이 많아졌다. 7편은 7편이라서 그런지 7.16GB 수준이다. 데모가 처음 나왔을 때, 500여 MB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옵션을 제외시켰다는 설명을 본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해당 옵션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설치 시 제외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왜 분리하지 않았을까?
다음 버전도 나올 듯 하다. =)
몇 가지 불만 사항이 있지만, 여러 면에서 신선한 충격을 가했다는 점에서 가볍게 10점 만점을 때리기로 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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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요. 그러면 다음번 시리즈도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다.
2006/05/20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