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잠이 들 수 있다고 하면 혹자는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한다. 하지만 가능하다. 무언가를 하던 중 잠이 든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전화를 걸다 잠이 들 수도 있고, 밥을 먹다 쓰러질 수도 있으며, 졸음 운전이라는 아주 위험한 케이스도 있다. 예로 든 상황 중 앞의 두 가지는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아주 흔한 경우를 예로 들자면, 책을 보다 자는 경우 또는 수업 시간에 조는 경우를 생각하면 되겠다. 더 쉽게 졸음이 올 수 있는 게임이 있을 수 있고 실제로도 있지만, 여기서는 단순 나열이다.
1. Elder Scroll IV: Oblivion
최근 재미있게 하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을 하던 중에 자는 게임이라고 해서 반드시 재미없는 게임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좋은 예제이다. 퀘스트마다 다르지만 어떤 퀘스트는 꽤 지루한 것도 있다. 무언가를 찾아야 하는데 도저히 찾아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같은 구역을 계속 반복해 움직이고, 속속들이 뒤져보다 지치면 한 곳에 머물러 잠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잠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컨트롤러가 방바닥에 떨어지며 내는 소리에 깼다.
2. Hard Ball 4
당시 피곤했었나보다...라고 기억을 해보지만, 게임을 시작할 당시에는 그런 생각이 없던 것도 같다. 게다가 대낮이었다. 하드볼의 졸음 플레이는 신기한 기억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략 10년 전의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졸다 깨서 화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니까. 7회 초 공격에서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서 물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리고 화면을 봤을 때엔 8회 초 공격이었다. 7회 말 수비에서 점수를 내주지도 않았다. 아마도 잠결에 살짝 살짝 정신을 차리는 순간 공을 던지고 수비하고 그랬나본데 기억은 전혀 없다.
3. Tomb Raider
이 때도 대낮이었다. 이 경우엔 상당히 피곤했던 것 같다. 잠을 깨보니, 라라가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잠결에 그곳까지 간 것 같지만 역시 기억이 없다.
4. Myst
원작을 중고로 구입했다가, 다시 되팔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플레이하다 지루해서 잠이 든 것 때문이었다. 퍼즐 풀이라지만 당시 워낙에 생소한 인터페이스와 진행 방식이었던 탓에 화면 속에서 뭔가를 찾다 잠이 들었다. 졸음 플레이는 미스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5. Runaway: A Road Adventure
픽셀 헌팅이라고 하던가? 작은 점을 찾아 헤매는 플레이 특성 상 엔딩을 보게 되는 그 순간까지 점을 찾다 잠이 든 적이 서너 번 되는 것 같다. 10여 년 전의 미스트 때엔 다시 되팔 생각을 했지만, 런어웨이는 그래도 엔딩을 보고야 말았다. 당시엔 졸았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 그랬을 수 있겠지만, 몸에 배다 보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도 같다.
6. Freelancer
이 게임 역시 재미있게 하던 게임이고 아직도 손에 꼽는 명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 경험이 있다. 프리랜서 역시 신기한 기억 중 하나이다. 그 드넓은 우주에서 태양을 향해 돌진했기 때문이다. 각각의 구역으로 분리되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의 중앙에는 서로 다른 밝기와 온도를 가진 태양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이라고 해도 추진력을 사용하지 않고 유유히 흘러가는 속도로 비행하면 가장자리에서 태양까지 꽤 오랜 시간 비행해야 한다. 그런데, 그 때까지 잔 것이다.
아마도 어떤 미션을 수행한 직후 마음을 놓고 있다 잠이 든 것 같다. 의식이 없던 어느 순간 귓가에 갑자기 Warning Warning!!! 이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웬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바로 눈을 뜬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계속 반복되던 어느 시기에 눈을 떴다. 말하자면, 알람을 켜놓고 잠을 잤는데, 알람 소리가 처음에는 꿈에 뒤섞여 들리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잠에서 깨는 순간과 비슷한 상황이다. 부랴부랴 눈을 떠보니 태양으로 돌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이미 늦었다. 빠져 나오기 전에 폭사. 졸음운전의 무서움을 깨달은 두번째 사건이었다.
7. Need for Speed 3 또는 4
4편의 코스 중 반 정도가 3에 포함되어 있는 코스라 정확히 3편이었는지 4편이었는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달리다 잤다. 졸음 운전이라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실제로 운전하면서도 자는데 게임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정확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으나 사막 배경의 코스였고, 바위를 머리를 대고 계속 엑셀러레이터 키를 누르고 있었다. 3편은 부서지지도 않고 4편은 부서져도 단순히 모양만 조금 바뀔 뿐 실제로 부서져서 달리지 못하게 되는 경우는 없으니 위험한 상황을 경험한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8. Le Mans 24 Hours
내 스스로 잠을 선택한 케이스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피곤함에 이기지 못하고 조금만 자고 일어나 마무리를 하자는 생각에 달리던 것을 멈춰 놓고 잠을 청한 케이스이다. 실시간으로 24시간 레이스였고, 24시간에 끝내자는 목표 하에 달리던 것. 따라서 마무리라는 것이 확실히 필요한 경우이다. 끝내 24시간 레이스를 24시간 동안 달리는 것은 실패했다.
Le Mans 24 Hours은 두 버전이 있다. 하나는 미국 시장에 Test Drive: Le Mans이라고 발매됐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세계적으로 Le Mans 24 Hours라는 제목으로 발매됐던 버전이다. Test Drive: Le Mans이라고 발매됐던 버전은, 이미 유럽 시장에 Le Mans 24 Hours로 발매됐었고, 내가 가진 버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지금은 동일한 제목의 게임 두 개를 갖고 있다.
내가 24시간 레이스 도전을 하는 것은 바로 첫번째 버전. 첫번째 버전은 24 시간 레이스를 시작할 때마다 날씨 구성이 달라진다. 랜덤이다. 어떤 날은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천둥을 동반한 폭우가 시작되기도 하고, 달리던 중에 흐려지다가 결국 비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확히 언제 비가 시작되고 얼마나 내리는지에 대한 규칙이라는 것이 없다. 항상 랜덤이니까. 두 번 시도했고, 한 번은 34시간 정도 걸렸고, 두번째에 29시간 55분이라는 나만의 기록을 갖고 있다. 두 번 모두 내가 잠을 선택했다.
두번째 시도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바로 전 날 10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피곤할 수 있는 일을 가급적 피하는 등 준비를 했으나, 불행하게도 달리기 시작하자마자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10시간 가까이 폭우가 쏟아졌다. 아케이드 성향이 강한 게임이라고는 해도 데미지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하는 게임이기에 비가 내리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긴장을 하게 되고, 10시간 동안 긴장을 하다 보니 그 이후 7시간을 더 달리고 난 뒤에는 쓰러지고 싶을 정도로 피곤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조금 잠을 청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5시간 정도 걸린 것이다. 그래서 게임 속에서 돌아가는 실제의 24시간에 그 정도의 시간이 더해져 29시간 55분이 되어 버린 것. 화장실 등의 기타 사유로 정확히 24시간 동안 달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너무 어긋나 버렸다. 지금도 3일 동안 집이 비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르망 24시라는 게임에 대해서는 나중에 회상 모드 게임 리뷰를 작성하며 한 번 더 소개를 해볼까 한다.
9. Mr. Driller(GBA)
이 경우엔 술이 웬수다. 근데 생각해 보면 나도 참 대단한 것 같다. 3차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앉자마자 GBA를 꺼내들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가 잠이 들었다. GBA가 지하철 바닥을 때리는 굉음 소리에 눈을 떠 부랴부랴 주워들었던 기억이 난다. 옆에서 보면 얼마나 웃겼을까? 술 냄새 풀풀 풍기는 얼굴 벌건 웬 남자가 앉자마자 검은 무언가를 꺼내더니(내 GBA는 블랙이다) 게임을 삐욕삐욕~ 해대는 것이..
10. Urbz(NDS)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까지 항상 게임을 조금이라도 한다. 그 중 Urbz가 있다. GBA용으로 나왔던 심즈의 후속편이다. 심각하게 졸린 상황이 되면 눈 주위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주어진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집부리다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DS는 꺼져 있었다. 배터리 방전. 꿋꿋하게 하려다 잠이 들어 저장도 못해 그 미션을 포함해 그 이전 미션까지 다시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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