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부터 불만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오디오 CD를 구입하면, 비닐만 대충 뭉쳐서 버리면 되지만 게임을 사고 나면 박스를 버리기 위해 바깥에 나가야 하며 부피도 크다. 여러 번 구매한 뒤 모아모아 처리해도 상관없지만 그 때까지 쌓아두어야 하니 한 구석이 쓰레기통이 되는 느낌이다. 베란다에 내놓으면 엄마가 치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내가 버려야 하는데, 기분 좋게 물건 받고 게임을 즐길 생각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들고 나갔다 와야 한다는 것이 잠시동안의 걱정거리.
오디오 CD는 주얼 케이스에 담아 팔면서, 왜 게임은 그게 안될까? 게임은 그래픽이라든가 기타 기술 면에서는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아주 오래된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는 느낌이다.
게임은 소프트웨어였고, 다른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디스켓이라는 외부 충격에 약한 매체였기 때문에 다른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박스에 담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 같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어 매우 튼튼한 CD라는 도구를 사용하게 됐고,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튜터리얼 모드 같은 것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매뉴얼이 있어도 안 보는 것이 대부분이고, 실제 조작으로 보여주는 것이 매뉴얼 읽는 것보다 빠르며, 데모용으로 생각했던 레벨을 본 제품에 담아내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
2중 포장을 해가면서 보호할만한 매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디스켓 시절과 똑같은 방법으로 2중 3중 보호 장치에 속에 담겨 있다? 주얼 케이스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조금 웃기다. 어찌된 일인지 약한 디스켓을 보호하는 껍데기보다 더 튼튼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외국에는 레이블을 볼 수 있는 부분에 비닐을 사용한 종이 케이스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났다.
어쨌든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게임 포장은 주얼 케이스. 주얼 케이스 크기에 딱 맞는 종이 포장지를 겉에 한 번 더 입히건 입히지 않건 이 부분은 상관없다. 결국 같은 크기니까. 안쪽에 얇은 매뉴얼을 넣을 공간도 있으니 금상첨화.
오디오 CD 사면서 박스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 본 적 있나? 본 적도 없고 경험해본 적도 없다. 대신 구차한 케이스가 있으면 오히려 불편하게 생각하고 쓸데없는 케이스는 버리는 편.
주얼 케이스 자체가 너무 비좁다고 생각하면 요즘 사용 횟수가 많아진 DVD 케이스라는 것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다.
박스가 있어야만 매뉴얼을 담을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매뉴얼을 담기 위해 박스가 필요하다? 게임 하면서 매뉴얼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비슷비슷한 장르인 경우 대부분 펴보지도 않는다. DVD 케이스에 담긴 콘솔용 게임에 담긴 매뉴얼로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도 없고, 대부분이 펴보질 않으니 있으나 마나. DVD 케이스인데 더 두꺼운 매뉴얼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요즘은 흔치 않은 시뮬레이션 장르라면 얼마 전 발매된 에이스 컴뱃처럼 DVD 케이스와 매뉴얼을 꽂을 수 있는 케이스를 하나 추가하면 그만.
실제로 많은 게임들은 PDF로 매뉴얼을 제공하면서, 그와 함께 책자로도 제공한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일단 뭔가 하나 더 있고 '열어보기 편한 것'이 있다고 인지할 뿐 실제로 책을 사서 읽듯 꼼꼼하게 읽는 사람은 거의 본 적 없다. 매뉴얼도 있는데 반드시 읽어야 할 내용이 있다면 별도의 종이에 큼지막하게 써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만드는 입장에서도 뻔히 알기 때문이다. 매뉴얼을 읽지 않는다는 것을.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사용설명서 외에 또 필요한 것이 있나? 열어보지도 않는 매뉴얼을 위해 매뉴얼과 CD를 담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포장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상자와 기타 내용물을 모두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수집가. 수집가들을 위한 버전은 몇몇 메이저급 타이틀들이 그러하듯 그렇게 만들어주면 되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알뜰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박스를 어느 정도 갖고 있다. 하지만 머지 않아 대부분의 상자를 처분할 계획. 가끔 책장에 꽂힌 상자들을 물끄러미 보다 보면 속이 비어 있는 상자 모양의 투명한 아크릴 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의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불필요한 낭비로 인해 생긴 별로 의미는 없지만 의미가 있는 것처럼 강요하는 용어가 게임계에 하나 추가됐다. '소장가치'. 게임을 그냥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소장'해야 하며 거기에 가치가 있다? 소장이란 말은 아무데나 사용하지 않는다. 하드 드라이브를 소장한다고 하지도 않고 그래픽 카드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것을 중고로 팔고 새 것을 사서 소장하고 있다고도 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 보아도 쉽게 납득이 갈만한 용어다. "값나가는 물건 따위를 자기의 것으로 간직함" 컬렉터 에디션으로 나오는 것은 다른 버전보다 '비싸므로' 나름대로 값나가는 물건으로 볼 수도 있겠다. 게임을 사서 보관만 하는 사람들한테는 맞는 말이겠지만, 대부분 게임을 하려고 사지 단순히 사서 모셔두려고 하지는 않는다. 수집가들한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 갖고 있어서 좋을 일은 내가 했던 게임에 대한 기억과 추억 아닐까? 어떻게 보면 소장 가치라는 말은 내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기 보다는 대외적인 '자랑 요소가 된다'는 얘기같다. "나 이거 갖고 있다"라고 자랑하는 느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갖고 있으면 어떻게 되는가? 10년 뒤에 더 비싸게 팔리기라도 하나? 10년 뒤에는 실행할만한 컴퓨터도 없을 것 같다. 제대로 보관하려면 그 게임을 위한 시스템을 옆에 함께 보관하는 방법 뿐.
진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소프트웨어는 언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얼마 전 모 사이트에 공개됐던 윈도우 1.0 디스켓. 하지만 이것도 어쩌다 보니 보관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을 뿐, 살 때부터 "이건 역사적인 소프트웨어가 될거야"라고 굳게 믿고 구입한 것은 절대 아니다. 진정한 소장 가치를 따지려면 살 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나서 최소한 10년은 지나봐야 알게 된다. 이제 막 발표해서 수 십만 장이 만들어질지 수 백만 장이 만들어질지 알지도 못하는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서 '소장가치가 있어'라고 말하면서 사는 사람이 더 이상한 것 아닐까?
원래 하려고 했던 주제로 돌아가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게임 소프트웨어의 불필요한 과대 포장은 물자 낭비이고 한 편으로는 공간 낭비일 뿐, 그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오히려 ...
이런 경우에 갖고 있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 국내에 산 사람도 갖고 있는 사람도 얼마 없을텐데.. 크큭.. 그래봐야 누군가 '오오~ 신기해'라고는 해도 '내가 100만원에 사겠소'라는 사람은 절대 없겠지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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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2군요... 으음 ;; 아아..
2006/07/10 01:33동감하는 내용입니다. 게임 포장, 솔직히 요즘엔 주얼PC게임과 플스용의 DVD게임밖에 안사봐서 PC쪽은 잘 모르겠지만 역시 게임 포장은 그저 DVD가 편하군요.
안쪽에 메뉴얼 담을 공간도 적당하고 만화책과 비슷한 크기로 그냥 책장에 꽂아두거나 눕혀서 쌓아두면 끝이니 보관도 편하고...
PC게임쪽으론 EA에서 나오는 타이틀은 DVD케이스 2~3장 정도 두께의 작은 상자를 쓰고 있더군요... 내용물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것도 괜찮은 방법 같더군요
EA의 다른 게임은 모르겠고, NFS:MW의 경우 종이 상자 안에 더블 DVD 케이스가 덜렁 들어 있었습니다. -_-;;; 정말 쓸데없는 종이 상자임을 알리는 경우죠. 당연히 매뉴얼은 DVD 케이스 안에 있었고요.
2006/07/10 02:09저같은 경우엔 게임 박스는 모조리 보관하고 있긴 한데
2006/07/10 07:03때에 따라선 그 껍데기라는게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들이 있지요
2002년에 샀던 Return to castle Wolfenstein의 경우, 철제 박스 안에 게임이 들어있어 케이스를 보관하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컸었지요
뭐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게 아니니 문제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