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Q가 버렸나보다.
아직도 원작의 패치가 꾸준히 나오긴 나오던데, 요즘은 멀티플레이 관련으로만 계속 수정 중이다. 얼마 전 설치해볼 일이 있어 다시 조금 해봤는데 싱글 버그는 아직도 여전하더구만.. (예를 들면, 애노멀리에 당해 바람에 나부끼듯 날아갈 때 중간 로딩 지역을 지나는 경우 게임이 마비되는 증상)
별로 해보고 싶진 않다...
첫 인상에서 느낀 대부분이 거의 일치한다. 하면 할수록 불만만 더 늘어난다.
1. 메인 스토리의 전개가 너무 느슨해서 매력을 찾기 어렵다. 퀘스트 형식으로 뚝뚝 끊어지더라도 계속 하게 만들만큼 조이는 맛이 없어 조금 더 오래 걸리고 더 많은 적들이 등장하는 큼지막한 퀘스트를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는 것 같은 느낌 이상의 무언가를 얻기 힘들다.
처음 게임이 시작하면, 시체를 실은 트럭이 빗길을 질주하던 중 알 수 없는 공격을 받아 파괴되고 다음 날 웬 남자가 부서진 트럭 쪽으로 달려와 이리저리 뒤적이던 중 생존한 사람을 들쳐업고 통닭을 뜯고 있는 아저씨가 있는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생존자라고 하니 아저씨가 놀래더니 테이블을 치우고 눕혔다. 이리저리 뒤적이다 PDA를 찾았는데 PDA에는 'Kill Strelok'이라는 글자가 있다. 그 순간 누워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PDA를 낚아채고는 다시 털썩~. 팔을 가슴 쪽으로 옮겼는데 팔에는 S.T.A.L.K.E.K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이 사람이 주인공 캐릭터. 처음에는 PDA에 있던대로 스트렐록이라는 사람을 찾으러 다니는데 중간에 별다른 메시지같은 것이 전혀 없다가 중반을 한참 넘어가면 그제서야 알 수 없는 힌트를 툭~ 떨궈준다. 근데 이 동영상이 대단히 많은 관심을 끌게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스토커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이미 본 적이 있을 동영상. 작년에 공개됐던 많은 동영상들 중 하나.
스토리용 퀘스트에서도 서브 퀘스트에서와 비슷한 똥개 훈련같은 것을 시키니 이런 부분에서도 힘이 빠진다. 아무래도 탈 것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다 보니 다른 유사한 구조의 게임보다 지루한 과정이 더 많아보이는 것이 문제.
2. 처음 인벤토리 시스템을 접했을 때 전형적인 FPS와는 달리 뭔가 더 많이 갖고 다닐 수 있게 해주려나보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기본적으로 배고플 때 먹어야 하는 음식, 총격전 도중이나 후에 반드시 필요한 치료약, 치료약보다는 약하지만 피를 흘리게 됐을 때 재빨리 지혈하는 반창고, 방사능 지역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도구 또는 보드카, 권총과 탄약, 라이플과 탄약,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머는 항상 갖고 다니게 되는데 대충 이것만 넉넉하게 갖고 있다고 하면 인벤토리의 90%가 채워진다.
인벤토리 목록은 상당히 길다. 하지만 무게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영역에만 넣으면 거의 끝이다. 여기에 방사능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긴 다양한 위험 요인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해주는 아티팩트라는 것들을 벨트에 다섯 개 넣을 수 있게 되어 있고 다섯 개를 가지면 인벤토리는 이미 제한 무게를 넘어선다.
인벤토리 시스템이 없이 단축키에 할당되는 아이템이 자동으로 어딘가에 축적되는 게임과 거의 다를 바 없다. 무기의 종류는 상당히 많다. 사용하다 보면 정말 적당해 보이는 무기를 얻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무기라는 것이 어떤 종류의 적이 어떤 지역에서 떨어뜨렸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무기를 얻는 것도 상당히 제한적이다. 당연히 탄약도 그 부근에서만 얻을 수 있다. 무기는 사용하면 할수록 서서히 파손되어 결국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버려야 하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라이플을 찾으면 최소 두 자루는 확보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족한 인벤토리에 라이플을 하나 더 끼워 넣으면 제한 무게를 훨씬 초과. 빠르게 달리는 능력이 있지만 제한 무게를 넘어가면 얼마 뛰지도 못한다. 거의 있으나마나한 상황. 무기가 다양한 만큼 총알도 다양하고 총알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를 그냥 들고 다니는 것도 어렵지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들고다니는 것은 불가능.
여기에 더 가슴 아픈 일이 있다면 중반에 도달하면 아머 두 벌을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것. 물론 초반에는 그럴 일이 없다. 중반으로 넘어서면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되는 상황이 된다. 이 때쯤 되면 음식은 포기한다. 시체 뒤져서 음식 있으면 얻어서 먹는 방법을 택할 뿐.
캐릭터 레벨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스토커 순위(이건 왜 있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1위가 되어도 힘이 더 세지거나 하지 않아 갖고 다닐 수 있는 양은 항상 그대로.
3. 독특한 가면을 쓰고 있는 경우와 트레이더라고 하는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을 주로 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사람들 얼굴은 많아야 세 가지? 기억나는 건 대충 두 가지 같은데 한 가지가 더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유를 부리는 지역에 들어가면 기타를 치는 사람들이 꼭 있는데 어딜 가든 항상 같은 곡만 연주한다. 그 지역의 유행음악인지....
4. 시간 제한이 있는 서브 퀘스트. 퀘스트는 대체로 두 가지 단계로 주어진다. 일 해결과 의뢰인에게 돌아와 보상을 받으라는 것. 일을 해결하고 의뢰인에게 돌아가는 것까지 모두 시간 계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해결해 놓고도 도루묵 되는 일이 너무 많아 초반에 좀 해주다가 아예 때려치운다. 하루짜리는 그럭저럭 해줄만 한데 하루 짜리는 대개의 경우 한 지역을 건너 뛰게 되어 있어 이것도 만만치가 않다.
5. 정말 어이없는 것이 주인공 캐릭터의 무게감이 제로라는 점. 이 게임에서는 PDA를 열건 대화를 하건 주변 상황은 계속 돌아가는 구조다.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옆에서 서성이는 사람은 계속 움직인다. 처음 이 증상을 경험한 것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을 때. 옆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내가 서 있던 지점을 이동 경로에 넣어놓았던 것 같다. 슬슬 다가오더니 탁 부딪혔는데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밀고 들어온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주인공 캐릭터가 얼음판 위의 썰매에 올라가 있듯 주루루 밀려난다.
그래도 대화하고 있을 때엔 참을만 하다. 적당한 위치를 잡아 적을 저격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옆에서 공격하던 넘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면서 나까지 줄줄줄 밀고 들어가는 경우에는 솔직히 말해 좀 짜증난다. 이런 건 패치로 수정을 해주려나?
6. 타격감이 없다고 했는데 좀 있긴 있었다. 총구를 맞대고 서로 죽어라 쏴대는 정도로 가까이에 있을 때.
7. 이동 수단만 어떻게 좀 해줬다면 아마도 여러가지를 골고루 경험하면서 조금 더 즐거웠을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자전거라도 한 대 있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건 이번이 처음... =)
8. 물건을 사고 팔 때 장착하고 있는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표시하지 않아 불편하다. 아이템의 종류가 워낙 많은데 특히 아티팩트의 경우에는 모양과 이름을 외우는 것이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장착 여부와는 상관없이 모두 팔 수 있는 것으로 나오니 실수로라도 팔아버리면 낭패. 다른 RPG에서는 대개의 경우 두 배 정도의 가격으로 되파는데 이 게임에서는 최소 6배 이상의 가격을 매겨버리니 상당히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중반 넘어가면 물건을 팔 일은 별로 없다. 인벤토리에 팔 생각으로 물건을 주워 담을 여유 공간이 없기 때문에..
9. 적들의 도망다니는 능력은 정말 멋지다. 아주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만족스럽다. 괴물들은 기어다니는 최하급 좀비형 괴물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어떤 연유로든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어 사람들과 싸울 때와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염력같은 것을 이용하는 녀석도 있고, 정신력이 낮은 동물이나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녀석도 등장한다. 동물에서 괴물이 된 경우도 있고 사람에서 괴물이 된 경우도 있어 괴물 종류도 상당히 다채로우며 한 가지 괴물이 집중적으로 몰려 나오는 경우가 드물어 쉽게 물리지도 않는다.
10. 다른 게임을 하더라도 날씨를 표현하는 것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비이고 이 게임에서 비가 내린다.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일이 많긴 하지만 비 내리는 시간은 조금씩 다른 것도 같다. 스토커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날씨도 있다. 바람 부는 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 있다. 먼지를 휘날리며... 바람이 심한 날을 표현한 게임은 본 적이 없다. 특히 FPS나 RPG 계열에서..
11. 무기를 버릴 때에도 재미있는 것이 있다. 무기를 버리면 장전되어 있는 만큼의 탄약도 함께 버리게 되는 것. 따라서 해당 총알을 다른 총에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버리기 전에 탄약을 총에서 빼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흔한 일은 아니지만 일부 총알은 라이플과 권총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중반을 넘어가면 조준경이 붙어 있지 않은 어떤 종류의 라이플에도 부착할 수 있는 망원 렌즈를 얻게 되는데 이것도 무기를 버리기 전에 떼어내야 한다.
12. 조준 사격을 할 때에는 조준경을 통해 확대되는 장면 이외의 모든 HUD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불편하다. PDA로 보는 맵의 경우 맵을 열 때마다 주인공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 간 이동을 해버리면 맵을 열 때마다 '나'를 먼저 찾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경우가 잦다. 뭐든 열고 있어도 주변 상황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급히 참고하려고 열었다가 찾지 못하고 그냥 닫는 경우도 많다.(PDA 열고 있다 사살당하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당하고 나면 불만은 더 커진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제작사가 뭔가 상당히 다양한 일을 게임 속에 담으려고 한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뭔가 덜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만든 게임이 맞나 싶기도 하다. 5년 간 제작한 게임에서 급조된 게임을 느끼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한 사람은 스토커를 해보면 될 듯. 중반 쯤 진행할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올해 나오는 게임이 아니었나보다"
THQ에서 발매일 소식을 언급했을 때 또 연기하겠거니 했지만 나온 게임이다.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는 건 분명히 좋은 의미에서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뭐든 완벽하게 갖춰진 것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은 듯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아무래도 THQ가 급히 처리를 해버리려던 것 같다.
해볼만한 게임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나저나 불현듯 떠오른 '자전거'는 누가 mod로라도 넣어주면 참 좋겠는데...)



참고로 스토커의 최소 사양: 윈도우 XP(SP2), 펜티엄 4 2GHz, RAM 512MB, GeForce 5700
공룡의 컴: 윈도우 XP(SP2), 펜티엄 4 2GHz, RAM 1GB, GeForce 6800U
Update:
User.ltx 파일의 수정 내용을 담고 있던 포럼의 해당 쓰레드가 영구적인 곳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현재 사라져 구글 캐쉬에만 남아 있을 뿐. 그래서 아예 내용을 갖고 오기로 했다. bind 다음줄부터 끝까지 다음의 내용으로 수정한 뒤 맨 끝에 있는 vid_mode에서 적당한 것으로 변경하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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