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별 생각없이 데모를 해볼 때만 해도 "아 그래픽도 괜찮고 쓸만한 아케이드 게임이 나왔군"이라고 생각했다. 사고 나서 일련의 미션들을 죽죽 진행하다 보니 데모에 속은 것이 참 안타까우면서 동시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가 나오는 게임이면,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지향이거나 아니면 완전한 아케이드 게임이거나 또는 그 중간에 끼어 "그럴 듯한" 설정을 가진 아케이드 게임인 경우가 재미를 얻기에 적당하다. 블레이징 엔젤은 시대적 배경이 2차 대전이다. 대부분의 2차 대전 소재 게임들은 특정 유명 전투에 촛점을 맞춘다. 그래야 이야기를 풀어가기 쉽고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도 쉽기 때문.
하지만 블레이징 엔젤은 2차 대전 발발 시기부터 1945년 베를린 전투로 끝나는 2차 대전의 시대 배경 전체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영국과 독일의 첫 충돌이 튜터리얼 미션이고, 영국 상공에서 조금 놀다가 아프리카를 거쳐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 전쟁을 경유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베를린에서 막을 내리는 구성이다. 게이머와 게이머를 돕는 세 병의 윙맨은 이 여정을 함께 한다. 즉, 스토리라는 것이 있을 수가 없는 게임이다. 말하자면 '몰입감'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가 없는 것.
매뉴얼에도 없고, 튜터리얼에도 없는 특수 미션을 경험하게 만든 것이 꽤 자주 눈에 띈다. 설정 자체가 어눌한 것도 있다. 아케이드 형식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비행기 게임에서 착륙과 이륙은 건너 뛸 수 있게 설정해 놓는다. 건너 뛰기 싫다면 직접 해도 되지만 그게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건너 뛰기 옵션을 넣어놓는 것이 예의.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륙은 쉬워도 착륙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런데 착륙을 요구하는 첫 미션이 기다란 활주로 조차 없는 항공모함이다. 착륙은 튜터리얼에도 없다. 따로 연습할만한 미션이 그 앞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착륙 미션이 있는 바로 그 레벨에서 두 가지의 불편한 점을 더 경험할 수 있다. 레벨의 시작은 사진 찍기로 시작된다. 사진 찍는 버튼이 우측 아날로그 스틱이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정확한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알아내기 위해 대략 1시간 소요했다. 매뉴얼에도 없다.
사진을 찍고 나면, 모래 바람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사막 위를 비행하며 롬멜의 캠프 세 곳을 찾아 사진을 찍어 오라는 본격적인 사진 찍기 미션이 시작되는데, 교신 소리를 듣고 찾아가라고 한다.
소리를 듣고 어딘가를 찾아간다는 것이 매우 잘 되어 있던 게임에 맥스 페인이 있다. 꿈 속의 미로가 있는 것 같은 상황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인지 뭔지를 듣고 찾아가는 것인데 스테레오만 제대로 지원하는 사운드 카드가 있다면 상당히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레벨이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자. 소리가 통로를 타고 전해지는 경우 방향성이라는 것이 있다. 소리가 반사되어 반대편 통로에서 더 크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의 설정을 갖춘 게임은 아니었으니 넘어갈 수 있겠다.
그런데, 교신하는 소리를 듣고 찾아가란다. 왼쪽에서 무선 통신을 하면 왼쪽 스피커에서 들리고 오른쪽에서 통신하면 오른쪽에서 들리나? 절대 그럴 리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최소한 통신 범위에서 벗어났을 때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 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매우 정확하게 들린다. 어디에서든. "어디에서든"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이유는 진짜 말 그대로 맵 전체를 헤집고 다닌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 겨우 사진 찍고 돌아오는 비행사에게 하는 말이 항공모함 위에 착륙하라는 말 뿐. 괜히 한 번 어려움 느껴보라며 넣어놓은 미션같다.
세 명의 윙맨과 유럽에서 태평양까지 대대적인 세계일주를 시키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후반에 가면 폭격기도 움직이게 된다. 폭격기 미션이 되면 폭격기 조종만 하는 것도 아니다. 적기가 출현하면 기관포탑으로 맞추는 일도 해야 한다. 대체 이게 뭔가?
더 웃긴 것은 윙맨들의 능력이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 이들을 위해 D-패드가 존재한다. 윙맨은 단순히 지원 사격팀이 아니라 세 개의 특수 기능을 의미한다. 한 명은 대단한 사냥 실력을 갖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적을 약올려 자기 쪽으로 적기가 따라붙게 해 보다 나은 타깃을 제공한다. 나머지 한 명의 능력은 기가 막힐 정도다. 게이머의 비행기를 수리해준다. =D
이 기능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설명만 봤고 수리할 정도로 심하게 타격을 입은 바 없어 가까운 어디론가 착륙을 해서 정비를 해주는 것을 상상했다. 그래, 내 잘못이다. 내가 잘못했다. 누르면 비행 중 어떤 상황이던간에 즉석에서 수리해준다. 검은 연기를 뱉어내며 날아가던 비행기가 버튼을 누르면 짠~ 하고 수리가 된다. 연속으로 사용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게이지가 가득 차야 하므로 시차가 발생하지만 그 정도 쯤이야. 차라리 하늘에 떠 있는 체력 회복 아이템이 더 나아 보인다. 이런 식의 설정을 생각했다면 일정 시간 무기의 화력을 상당한 수준으로 높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배경 설정과 등장하는 비행기만 2차 대전이다. 게임 내용은 SF. 편하면 좋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 재미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다룬 것도 아니고 보다 더 SF적인 설정을 가진 크림슨 스카이에서 더 사실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이해가 될까?
콕핏 모드라는 것은 아예 없다. 총알과 미사일은 무한 지원이다. 2차 대전 게임에서 미사일을 무한으로 날리니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느껴지긴 하던데 재미는 없다. 물론 쌍엽기가 나오는 곳부터 미사일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고 조금 뒤로 가야 한다. 비행하다 보면 Stall이라는 메시지가 표시되는데, 심심해서 추가하는 것 같은 느낌. 나오든 말든 비상식적인 비행은 계속 할 수 있다. 타깃을 미리 바라보고 그 쪽으로 날아갈 수 있게 한 과잉 친절 요소도 있다.
반면 시야 확보는 불가능하다. 카메라 회전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 폭격할 때에도 타깃은 바닥에 표시되는데 그것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어 비행기 앞부분을 아래로 살짝 낮추든가 해야 한다. 작은 전폭기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거대한 폭격기로 그 짓 하려니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안쓰럽다고 할까?
Ubi에서 나왔다길래 게임기용 게임이니 IL-2까지는 아니어도 그럴 듯하게 묘사는 해줬겠지라는 예상이 완벽하게 깨졌다. Ubi의 역습이다. 원래의 가격 다 내고 암담함을 느낀 첫 360 게임. 릿지레이서 6는 중고로 샀으니 예외. 릿지레이서 6는 반도 안되는 중고가로 구입하고도 머리를 쥐어 박았다. "왜 샀지? 왜 샀지? 왜 샀지?" ... =/ 릿지 얘기는 다음에..
GameLog Point: 3 (순전히 그래픽 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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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언급했으면 경고해 드렸을 텐데....
2006/06/25 19:13많이 아쉬운 게임이죠. ㅡ,.ㅡ;;
-_-;;;;
2006/06/25 20:36XBOX360으로 비행 시뮬 삘의 게임이 나온다길래 'Ace Combat에 대항할 만한 게임이 XBOX360으로 드디어 나오는건가?' 했더니만...ㅡ.ㅡ;;
2006/06/26 05:11그건 Over G를 말하는 것 같은데요. Over G는 에이스 컴뱃보다 조금 더 시뮬스러운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에이스 컴뱃보다 Over G 쪽이 조금 더 낫더군요. 혹시 기회가 되면 해보세요. 후회 없을 듯.
2006/06/26 07:06=)
우욱;; 그렇군요ㅡ.ㅡ;; 아무래도 동영상만 보다 보니 직접 해볼 기회가 없어서...ㅠ_ㅠ)
2006/06/26 10:41에.. 아무리 동영상만 봐도 에이스컴뱃은 2차 대전이 아녀욧!! =)
2006/06/26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