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벤트를 모두 열어놓은 시점에 소감을 ...
1. 경주가 매우 다양하다. 유명 서킷을 달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도심 서킷, 일본 하루나 산의 꼬불꼬불한 산악 도로 레이스, 이벤트는 단 한 개지만 그래도 간만에 즐거웠던 데몰리션 더비, 튜닝한 자동차를 이용해 달리는 서킷/도심 서킷 경주, 다양한 르망 GT 클래스 자동차를 이용한 경주 등등.
2. 따로 구분되어 마음대로 설정해 즐기는 레이스 데이 항목에서 난이도를 설정해 달리는 것과 커리어 모드에 해당하는 그리드 월드에서 경험하는 경주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경쟁차들이 훨씬 더 까다롭게 군다. 서킷이나 트랙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고, 어떤 차를 이용하는지에 따라 다르긴 해도 아무튼 그리드 월드 쪽이 훨씬 더 타이트하다.
특히, 그리드 월드에서 몇 번의 경주를 끝내고 나면 시즌이 끝나면서 르망 24시 대회에 참여할 기회(참여하지 않아도 되고, 관련 클래스 차를 갖고 있다면 팀 자격으로 출전해도 되고, 다른 팀 드라이버로 뛰어도 된다)를 얻게 되는데, 여기서 경험하는 르망 경쟁차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잘 따라붙고, 여차하면 그대로 슝슝 추월해버린다. 난이도와는 상관없다. 제일 쉬운 모드로 해도 그 느낌은 그대로..
3. 기존 토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유형의 경주가 있어 다양함을 만끽할 수 있는데, 이 구성의 문제는 다양한 것에 보다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 부분에서 색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원하는 것만 해도 된다"는 것.
유럽, 미국, 일본의 세 지역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지역 특성에 맞는 경주들이 별도의 항목으로 제공되고, 각 지역에서 평판(R 포인트: Reputation)을 얻은 만큼 상위권 경주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인데, 어느 정도 열다 보면, 세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모드라는 항목이 추가된다. 100만 R 포인트가 있으면 된다는데, 세 지역을 골고루 진행할 필요도 없이 원하는 항목에만 집중해서 하다 보면 100만 포인트가 되고, 글로벌 모드가 열리면 열려 있지 않던 나머지 항목들이 모두 열려버린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자유.
이러한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는 구성은 팀메이트 설정과도 맞아 떨어진다. 팀 메이트는 한 번에 한 명만 고용할 수 있는데, 이들은 게이머와는 달리 어느 한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적이다. 드리프트만 잘 하는 드라이버가 있고, GT1 레이스에만 적합한 사람이 있고, 프로토타입에만 적당한 사람도 있다. 물론 다른 경주에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 메이트는 고용할 때 저마다 다른 계약료와 수입 지급율이 지정되어 있어 공짜가 아니므로, 서로 다른 경주에 임할 때마다 팀 메이트를 바꾸기는 어렵다. 한 명 얻어서 어느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다가 다른 드라이버 얻어서 다른 경주 파고... 할 수 밖에..
4. 팀 메이트가 있어 좋은 점은, 돈을 훨씬 더 쉽게 많이 벌 수 있다는 점이고, 때로는 후방에서 자연스럽게 경쟁차를 견제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팀 메이트가 1등을 하게 해주려고 게이머가 후방에서 다른 차들을 견제할 수도 있다. 누가 1등을 하건 상관은 없다.
돈을 버는 방법은 경주에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좋고 팀 우승 상금도 좋지만, 스폰서를 이용하는 방법도 만만치 않게 좋다. 스폰서가 되는 기업의 로고를 자동차에 붙이고, 해당 스폰서 업체가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경주 결과만 만들어내면 해당 비용을 계산해준다.
예를 들면, 어떤 기업은 대미지 없이 3등 안쪽으로 들어오면 4만 달러 지급, 어떤 기업은 대미지는 상관없이 5등 이내에만 들어오면 2천 달러 지급. 이런 식으로 기준이 설정되어 있고, 총 여덟 개까지 차에 붙일 수 있다. 이들 중 메이저로 분류되는 단 한 기업의 로고는 차에 가장 크게 붙고, 조건을 만족시키면 두 배를 준다. 경주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좋은 조건을 가진 스폰서가 추가되고, 1등을 하면 3개씩 새로운 기업이 제안을 하고 쌓이는 식. 나머지는 적당하게 골라서 배치하기만 하면 된다.
스폰서 업체로 등록되는 목록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면, 이러한 '추가 작업'이 언젠가 끝이 날 것도 같은데 계속 들어오네...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게임 매뉴얼을 보니 추가 작업이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수가 엄청나게 많다. 대략 150여 업체.
아무튼, 팀 메이트와 게이머 차량에 개별 계산되고, 경주에 따라 도는 트랙마다 계산되는 경우가 있어 한 게임 항목을 돌고 나면 수백만 달러가 들어오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계산 조건은 팀 메이트와 게이머에 동일 적용.
팀 메이트에 어떤 지시를 한다거나 특정 전략을 짠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는 항상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무선을 보내주기 때문에 '함께 달린다'의 느낌이 진행을 보다 편하게 만든다고나 할까? 어디 쯤 있을까 싶을 때 '댁 꽁무니에 붙어 있어'라고 알려주는 짤막한 메시지에 감동을 먹기도.
1등을 먹으면 칭찬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역시 보스(게이머를 그렇게 부른다)야. 보스 멋져!' ... 큰 의미는 없지만 아무튼 고마운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5. AI 차량들의 반응이 재미있다. AI 차량들은 코너링에서 조작 실수를 범해 스핀을 시작하고 다른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상황이 매번 달라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상시 갖게 만든다. 또한 팀 메이트를 고용할 때에도 선수의 속성이라는 것을 보게 되는데, AI 차량 드라이버에도 이런 것이 있는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상당히 공격적인 드라이버들이 있다.
혼자 돌고 혼자 모래밭으로 빠져 나가 헤매주기만 한다면 경쟁차들이 하나 둘 시야에서 사라지니 편하지만 뜬금없이 다가와 충돌/혼란의 수렁에 빠뜨리게 되기도 하고.. 그런 차를 피할 준비도 상시 해야 하고.. 아무튼 경주를 시작할 때마다 치열한 전장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 정도.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스폰서들이 '대미지 없이 5위 이내, 3위 이내, 2위 이내, 반드시 우승'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 된다.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여기서 말하는 '대미지 없이'는 단 한 번도 충돌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 가벼운 접촉 사고 정도는 가능하다. 조금 커보여도, 대미지 게이지에 반응이 없다면, '노 대미지'로 판단한다.
뭐...그렇다고는 해도 어제는 한 번도 안 닿고 달린 경주도 두어 번 나왔다.
6. 대단한 그래픽. 하지만 화면에 등장하는 차량 수와는 상관없이 유지되는 스크롤 속도. 비밀은 자동차 디테일에 있었다. 차마다 약 3-4단계의 디테일 수준이 있다. 단 한 대만 달리는 시험 주행이라든가 관련 경주에서는 최고의 디테일을 보여주고, 두 대 달릴 때 조금 다르고, 12대 달릴 때에는 경쟁차들의 디테일만 죽이고 게이머 차량 디테일은 그대로 둔다. 모든 차량의 디테일이 최하 상태가 되는 것은 20대 달릴 때. 그렇다고는 해도 달리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일 수도 있지만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느끼기 어렵다. 나중에 리플레이 화면을 캡쳐해서 다시 감상할 때나 그제서야 '아..다르구나'라는 걸 느낄 정도. 그나마 차체에 곡선이 많은 경우에만 알아보기 쉽다.
12대 경주에서 경쟁차와의 디테일 차이(리플레이를 보는 중에도 몰랐다)
7. 게임 내에 포함된 레이싱 팀은 실존 팀이었다. 예를 들면, 데모에도 담겨 있던 드리프트 레이싱의 'Team Orange'. 이 외에도 다른 실존 팀들이 그득그득~ 큰 의미는 없지만 느낌이 살짝 다르다고나 할까..
8. 리플레이는 정말 볼만하다.
9. 달리던 도중 사고가 났을 때 플래쉬백이라고 해서 필름을 뒤로 돌리는 기능이 독특한데(다른 액션 게임에는 이미 사용된 적이 있는 기능이긴 해도) 정말 마지막 코너링 남았는데 여차저차해서 모래밭에 잠시 방문한다거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 기분이 느슨해지기 때문인지 다른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10. 다른 모드는 몰라도 르망의 피트 부재는 너무 아쉽다.
11. 그리드 월드라든가 레이스데이에서는 르망 서킷(사르트)만 즐길 수 있지만, 시험 주행을 하게 되면, 르망 서킷의 68년 버전도 경험할 수 있다!!
아무튼 간만에 물만났다.
그리드하면 떠오르는 단어: '화끈' '짜릿' '긴장' 등등.
정말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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