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스크린샷과 몇몇 특징들을 접해온 프레이. 뚜껑을 열고 나서 느낀 것은 두 가지. 첫째, 그래픽에는 너무 기대가 컸다. 100미터 미인형 둠3 엔진에서 너무 큰 걸 바랬다. 둘째, 바닥에 대한 고정관념은 게임 진행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주 오래 전 고등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했던 게 기억이 난다. 체조 선수들이 연속으로 덤블링을 하고도 어지럽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은 원래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돌고 도는 상태로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즉, 태어나기 전에 이미 그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태어난 이후 그럴 일이 없기 때문에 잊게 되는 것 뿐이라고 설명하셨다. 연습을 하면 누구나 극복이 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갑자기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프레이에서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바닥이 반드시 바닥일 리는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특징을 글로만 접했을 때엔 위/아래가 뒤바뀌면 단순히 '신기하겠다'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접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천정이 바닥이 될 수도 있고 벽이 바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그 면에 붙어 있는 상태가 되면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카메라를 회전하게 되고 바닥에 있는 것 같은 상태로 만든다. 일단 다른 사물이 없는 경우에는 벽이 바닥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다. 그런데 눈이라는 것이 참 웃긴 것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벽이라고 생각하던 곳을 바닥 삼아 유유히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보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차라리 천정에 붙어 있는게 더 낫다.
바닥에서 벽을 지나 천정을 바닥 삼아 이동하게 되려면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주는 통로를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그 통로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일단 밟고 올라서면 잠시 균형 감각을 잃게 된다. 게임이니 단순히 화면을 돌리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어느 곳을 바닥으로 보이게 화면을 회전해야 하는지 잠시 헷갈리게 된다. 일단 균형을 잡고 이동하다 보면 통로는 또 90도 꺾어진다. 이제 천정에 서 있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두어 번 움직이고 나면, 내가 현재 어느 면에 서 있는지를 잊게 된다. 그 상태에서 적을 만나 전투를 벌여서 적을 물리치고 나면 그제서야 눈치를 챈다. 죽은 적이 위로 떨어지거나 옆으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
어쩌다 내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면 내가 어느 바닥에 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헤매기 시작한다. 어느 방안의 구석에 떨어졌다고 생각을 해보자, 1인칭이기 때문에 화면을 돌리다 보면 벽이 바닥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가려고 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벽이니까. 다시 화면을 돌리기 시작한다. 제대로 된 바닥을 찾기 위해. 만약 게임에서 바닥이 유일하게 진정한 바닥 하나였다면 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바닥과 벽은 확연하게 차이나게 표현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가 않다. 벽이 바닥이 될 수 있고 천정이 바닥이 될 수 있어, 애시당초 그렇게 생겨 먹었다.
게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영혼계가 존재한다는 설정. 물질계의 육체가 통과할 수 없는 벽을 영혼으로는 통과할 수 있다. 영혼이 육체를 이탈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따로 있지만, 이 무기는 물질계의 적을 공격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소울리버의 그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물질계에서 죽었다고 해도 죽은게 아니다. 영혼계에서 이상한 생물을 몇 마리 죽이다 보면 물질계의 육체가 조금 살아난다. 그 외의 모든 무기, 아이템을 얻는 방법 등이 여태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게임과도 완전히 다르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둠3와 흡사하다. 조금 어둑하면서, 붉은 기운이 감돌거나 상당히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 그래픽 자체가 둠3와 동일한 엔진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느낌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주변 사물과의 인터랙션이 확실히 좋다. 과거 듀크 누켐 3D 정도를 상상하면 되겠다. 둠3 초반에 아케이드 게임기로 게임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프레이에도 있었다. 휴먼 헤드가 과거 만들었던 룬(Rune)을 테마로 한 팩맨같은 게임도 있고, 카드 게임도 있고. =) 주크박스에서 음악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데 그 중에는 주다스 프리스트의 노래도 있다. 게임 초반 지구상에서 접하게 되는 사물들의 디테일은 사실 별로다. 본격적인 디테일이 시작되는 것은 외계인의 침략 직후 우주선 내에서 보게 되는 것들. 누군가의 내장 속을 헤집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둠3이랑 많이 비슷한 환경이지만, 그 와중에 과거 듀크 누켐 3D의 느낌도 많이 난다. 특히 괴물을 얼려 죽이는 무기에서 그걸 느꼈다. 듀크스러운 유머도 조금씩 보인다. 예를 들면, 조명 기구. 이 게임에서 조명 기구는 라이터. 라이터 불빛이라 불을 켜면 눈 앞이 노래~진다. =D
1시간 가량의 플레이타임이 있는 데모라더니 진짜 길긴 길다. 과거 10개의 레벨로 구성된 한 개의 에피소드를 통째로 주던 쉐어웨어 시절이 생각날 정도.
둠3 엔진이다 보니 사양이 그다지 높진 않았다. 모든 옵션을 다 켜고(AF 빼고) 1024x768로 진행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F.E.A.R. 같은 게임을 기준으로 하면 옵션과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만 1152x864로 진행할 수 있었으니, 그에 비하면 사양이 정말 낮은 편.
AF 옵션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켜고(FSAA 4x 포함) 1024x768로 진행한 시스템 사양을 참고삼아 옮기면:
* 2GHz 펜티엄 4
* 1GB RAM
* GeForce 6800 Ultra 256MB
* 포스웨어 84.56
둠3보다는 조금 높지만 리딕보다는 낮은 편. 둠3, 리딕, 그리고 프레이 모두 둠3 엔진이지만 요구 사양은 모두 다르다.
무기의 사운드 효과 매우 좋다. FPS로 이동 시 화면이 흔들거려 현기증이 난다는 사람은 아마도 이 게임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나 조차도 헷갈리고 어지러움이 조금 느껴지는 정도. 풀버전이 기대된다. 국내에는 360 버전만 들어올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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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미터 미인이라는 말에 동감합니다;;;; 그래도 사물을 볼 때 딱 붙어서 볼 때보다 좀 멀리서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 스샷만 보더라도 괜찮아 보이네요.
2006/06/23 10:22그나저나 정말 하고싶어 지는군요. 둠3도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했었던지라 비슷한 분위기의 게임이 더 끌리는 것 같습니다. 언제 PC방 외출같은 거 나가서 해봐야겠네요 ㅇ_ㅇ;;;
p.s: 예전 겜란분들 정모를 추진하고 있는데... 아래 링크를 통해 참여의사를 좀;;;
http://asrea.x-y.net/bbs/zboard.php?id=gshelter
디노님 리딕은 둠3엔진으로 만든 게임이 아닙니다.
2006/06/24 00:55리딕은 스타브리즈 라는 엔진으로 만든 게임 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해보심 아시겠지만 워낙 비슷해서요. 해외 게임 리뷰 보다가도 그런 내용을 본적도 있고 해서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네요.
2006/06/24 06:52실제로 어떤 사이트에서는 둠3 엔진을 수정한 엔진이라고도 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광원 효과가 둠3 엔진과 동일해서 그렇다고도 하는군요. 쩝~
지적 감사합니다. =)
어디가 바닥이뇨~ 이건 AVP에서 에일리언 하다보면 정말 헷갈리는 부분이죠^^ 마구 달려가긴 하는데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되더군요.
2006/06/27 11:25하긴 그러고보면 예전에 디센트를 한게 용하긴 한거 같습니다(맵이 단순해서인가...)
에일리언도 싫고 프레데터도 싫어서 안 한 게임이군요. 크.. 디센트는 뱅기, 프레이는 사람.. ^^;;;
2006/06/27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