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yDino's GameLog


광활한 대지, 셀 수 없이 많은 퀘스트,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NPC들의 AI가 특징이라며 국내에 발매됐다. 리뷰는 개발킷의 최종 버전이라는 것으로 했었기에 그 당시에는 AI에 대해 거론할 수가 없었다. 이게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종 버전이라는 데에서 느낀 것과 지금의 느낌이 똑같다.

최종 버전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황당한 사례 중 하나는 한 NPC가 바위를 상대로 10여 분 간 싸우는 것이었다. 앞으로 가려는데 바위가 경로를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옆에는 넓은 길이 있다. 일종의 광장처럼 마을의 중앙에 넓은 마당이 있는 곳이었는데, 자신의 경로에 바위가 있기 때문에 계속 바위랑 싸우는 장면이 너무 웃겼다. 다른 여러 문제로 최종 버전이 리테일 버전과는 다르고 그래서 이 문제가 리테일 버전에서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두 떠들어대니 AI가 정말 좋은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어제. 포도농장 간판과 담장 사이에 매우 좁은 틈이 있는데 한 남자가 말을 타고 그리로 지나가려다 간판에 부딪히더니 약 5분 간 간판과 싸우는 것이었다. 말 탄 남자의 뒤를 미행하라는 퀘스트였기 때문에, 계속 따라다니다 보니 보게된 것. 미행하라니 하긴 하겠는데 간판과 싸우고 있는 그 사람을 보려니 참..

이런 장면은 사실 RPG에서 본 적이 없다. 처음이다. NPC가 길을 제대로 못찾고 헤매는 건 주로 전략 게임에 등장하고 게이머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게다가 오늘은 어떤 마을에서 나와 목적지로 가는 도중 눈 앞에 한 오두막처럼 보이는 집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블리비언 게이트가 있었다. 걸어가는 방향에 두 개체가 있었기 때문에 깃을 펼친 공작처럼 보였다. 집 바로 앞에는 칼을 등에 맨 한 남자가 있길래 오블리비언 게이트로 돌진하려나보다 하고는 다가가 말을 걸었다. 대화 선택 항목에 내가 매우 조금 전에 나온 마을에 대한 얘기를 하는 항목과 소문을 묻는 항목만이 있었다. 소문에 대해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온 답은 "시로딜(Cyrodiil: 게임의 배경이 되는 거대한 나라 이름) 전역에 오블리비언 게이트가 생겨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단순히 소문이기만을 빌어요" 였다. =D

오블리비언 게이트 앞에 서 있으면서 하는 말이, 소문이란다.

지금까지 짬짬이 시간이 날 때마다 진행해서 대략 70시간 정도 플레이했다. NPC가 똑똑하게 행동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누군가 만나서 대화하고 또 인사하고 헤어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대화 내용도 무척이나 단순하다. 항상 그 얘기가 그 얘기다. 차라리 발더스 게이트 때가 훨씬 더 다양한 얘기를 주고 받았다. 그래서 대화하는 사람들 틈에 끼어 얘기를 하다 보면, 하고 있던 얘기의 연장선에 있는 대화를 하게 되고 그러다가 퀘스트를 얻게 되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오블리비언의 NPC들 대화 내용은, 스토리의 시작인 유리얼(Uriel) 국왕이 살해당했다더라, 오블리비언 게이트가 전역에 생겨나는 소문이 있다더라 등으로 항상 똑같다.


여전히 RPG스럽다기 보다는 모험 위주의 액션 어드벤쳐 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오블리비언 게이트는 들어갈 때마다 속사정(?)이 조금씩 다른데, 길찾기가 달라진다는 것 외에 별다른 차이는 없다. 처음에는 위험할 것 같고 번거로울 것 같아 피했는데, 이제는 그 길찾기가 싫어서 피한다. 다양한 퀘스트를 하며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다.70시간 플레이면서도 10%도 하지 않은 것 같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메인 스토리는 아직 건들지도 않았고, 길드도 한 곳의 퀘스트만 해주고 있다 보니.. 앞으로 계속 기나긴 여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AI. 개판이다.
Posted by Sexydino
My Logs l 2006/04/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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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wordofjus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참....
    풍차와 싸우는 기사도 볼수 있겠군요-_-;;

    2006/04/19 23:58
  2. TGP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AI는 어찌보면 엘더스크롤 전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레나나 대거폴, 모로윈드에 이르기까지 사실 Rumor는 거기서 거기였죠. 아레나와 대거폴 시절에 인챈트 된 무기를 들고 있지 않으면 보물이 숨겨진 던젼을 가르쳐주는 것이 없어지고 퀘스트와 연결된 다이나믹한 대화로 바뀐 것 같습니다.

    NPC의 위치와 양태와 상관없이 그런 대화가 나오는 건 아쉽지만 엘더 스크롤 시리즈만 비교해본다면 무척이나 발달했다고나 할까요:)

    2006/12/19 16:03
    • Sexydino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음엔 더 나아지길 바라는 수 밖에 없...겠네요. 뭐 이미 익숙해지긴 했습니다. 거의 개의치도 않는다고나 할까요. =)

      그나저나 확장팩을 엑박 라이브에서 구입했는데 혹시 어떻게 접근하는지 아시나요? 다운은 오래 전에 받아놓고 짬나서 들어가보려고 했더니 따로 메뉴도 없고, 추가 퀘스트처럼 문 열고 나가면 하늘에서 계시가 떨어지듯 떨어지는 것도 아니더군요. -_-;;;

      2006/12/19 16:15
  3. 그건 말이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작자들이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들을 모아둔 걸 본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것만해도 어떤 일이 생겨 임페리얼 시티의 가드들이 모두 한곳으로 집결했는데, 그 사이에 도시가 무법지대가 되어 수많은 절도 사건이 동시에 일어났답니다... 또 데드라 쉬라인 퀘스트의 보상품인 스컬 오브 커럽션 이라는 스태프를 아시는지... 그 스태프를 사용하면 대상의 악한 클론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그걸 땅에 버렸더니 엔피씨가 그걸 주워 플레이어에게 사용, 결국 강력한(;;) 플레이어의 악한 클론이 엔피씨들을 학살해버렸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실려 있어요. 그런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엔피씨들의 AI를 대폭 낮춘것이고, 조정과정에서 AI 밸런스의 붕괴가 나타났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겠죠... 한마디로 오블리비언의 본래 AI는 얌점히 있다가도 가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범죄를 저지를 정도 였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가드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죠.

    2007/09/16 12:58
    • Sexydino  댓글주소  수정/삭제

      근데 가드가 없다고 해서 모두 도둑이 되고 범죄를 저지르는 건 똑똑한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그것도 잘못된 AI같은데요. ^^;;

      2007/09/16 19:05
  4. 이럴수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오블리비언의 AI를 발더스게이트와 비교하신 점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은데 비교 대상이 틀리신것 같습니다.
    쿼터뷰 시점과 1인칭 시점 RPG의 AI갭은 정말 큽니다. 발더스게이트가 오블리비언처럼 1인칭 시점의 RPG였다면 그 많은 AI 이벤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정말 세계 안에서 모험을 한다는 느낌은 오블리비언이였고 발더스 게이트는 잘 짜여진 어드벤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007/09/16 20:53
    • Sexydino  댓글주소  수정/삭제

      발더스 얘기는 AI 얘기가 아닌데요. AI를 언급한 글에 넣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AI 얘기가 아니라 그들의 대화 내용을 언급한 것입니다. 그들이 하는 얘기 내용이 조금 더 다채로왔다고 한 것입니다. 글 내용을 잘 보셔야 할 듯 싶네요. ^^

      오블은 특정 퀘스트를 갖고 있는 사람이 퀘스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메인스토리에 매여 있지요. 즉, 스토리 진행이 없으면 대화 내용도 NPC의 반응도 진전이 없다는 것이.. 오블의 약점.

      재미없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저도 300시간 넘게 플레이했고, 아직도 더 하고 싶습니다.

      2007/09/16 21:22
  5. 이럴수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메인 스토리에 얽매여 있는 것은 발더스 게이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지금까지 나온 모든 RPG중에서 메인스토리에 얽매여 있지 않은 NPC라는건 못본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저 또한 발더스 게이트 1,2를 모두 해봤기에 아는 건데 일단 두 게임에 존재하는 NPC의 숫자 차이도 엄청날 뿐더러 발더스 게이트는 주요 NPC 외에 NPC의 숫자가 굉장히 적습니다. 오블같은 경우엔 천단위가 넘어 가구요. 스케일이 다르기 때문에 NPC에 대한 AI의 느낌도 틀리다고 봅니다. 제가 님의 의견을 존중 하지 않는게 아니라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오블리비언이 발더스게이트보다 RPG스럽지 못하다라는 뉘앙스가 풍겨져서 댓글 남겼습니다. 어쨌든 좋은 의견 잘 보았습니다.

    2007/09/17 16:55
    • Sexydino  댓글주소  수정/삭제

      NPC라고 해도 마을 바깥에 있는 NPC는 좀 제외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은 그곳에만 있고, 퀘스트를 목적으로 마을과 바깥을 왕래하지 않는 이상 누구든 자리를 지키지만 밖에 있는 NPC들과는 별로 대화할 일도 없고 하는 소린 맨날 똑같고요. 가드 중에도 문을 지키고 있는 가드들 역시 항상 동일한 얘기만 처음부터 끝까지 해대니 제외.

      플레이 중 마을이나 던전에서 만나는 사람(악당 제외)들로만 치면 별로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메인스토리에 얽힌 말이라는 게.. 흠..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위 글에 있는 것처럼 게이트가 생기기 시작한 시기까지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 놓으면 전역에 온통 게이트 천지가 될 때까지 진행하더라도 그리고 글에 있듯, 눈 앞에 있더라도 스토리가 진행이 안 됐으면 봐도 못 본 척 하는 식으로 현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않고 그에 반응하지도 않는다는 의미로 한 말입니다.

      뭐...진행하면서는 그렇게 언급했듯, RPG라기 보다는 RPG요소가 잔뜩 포함된 어드벤쳐 게임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2007/09/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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