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yDino's GameLog


PS3와 레볼루션 덕택에 GDC에서 공개된 다른 많은 정보들이 묻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온통 관심이 그에 쏠려 있었으니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랬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GDC에는 모노리스(Monolith)가 참여했고, 그들은 F.E.A.R.에 사용된 A.I에 대해 설명했다.

F.E.A.R.를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적은 매우 똑똑하다. (게이머를 위협하는 적들 중 엘리트 부대원들과 건물 경비병의 A.I는 전혀 다르다. 엘리트 부대원은 엘리트인 만큼 상당히 똑똑하고 건물 경비병들은 상대적으로 덜 똑똑하다) 한 번 꺾인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장시간 대치하는 것도 경험할 수 있을 정도.(그 상태로 내버려 두고 화장실에 갔다 온 적도 있다)

모노리스는 F.E.A.R.에 사용한 A.I를 설명하기에 앞서, 한 가지 숨겨진 비밀을 공개했다. 적들의 모든 동작은 일련의 애니메이션이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애니메이션을 작동시키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이 적용됐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캐릭터들이 스스로 여러가지 질문을 하고 그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선택해 행동에 옮기도록 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려면 일단 숨어야 할까? 아니면 박차고 나가볼까?"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숨거나 일단 선공을 시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F.E.A.R.에 사용된 A.I의 기본은, 캐릭터가 수행하려고 하는 동작에 필요한 옵션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선택 가능한 옵션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 모노리스는 이 부분에서 예를 한 가지 들었다. 귀신 소녀 앨마가 피자를 먹을 수도 있고 파이를 먹을 수도 있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피자를 먹으려고 한다면, 피자를 먹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전화기와 배달시키기 위한 전화걸기 동작. 하지만 파이를 먹으려고 한다면, 반죽을 하는 작업부터 오븐에 넣고 익히는 것까지 여덟 가지 사항이 필요하다. 즉, 피자 대신 파이를 먹으려면 해야 할 일이 여섯 가지가 더 많다. 따라서 앨마는 더 효율적인 피자를 선택하게 된다."

이것과 같은 과정을 거쳐 F.E.A.R.의 엘리트 부대원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해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한다는 것. 하지만 엘리트 대원이 게이머를 발견하고, 총을 쏜 다음, 시야에서 사라지면 테이블이나 다른 사물의 뒤에 숨는 동작을 한다고 하면, 발견하고 숨는 동작까지 하나의 과정이 아니라 모두 개별적인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는 여러 개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게이머를 발견한 직후, 총을 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효율적인 답을 찾아 반응하고, 그 다음 동작도 같은 식으로 이루어지므로, 단순하기만 한 다른 게임의 캐릭터와는 달리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F.E.A.R.의 엘리트 대원의 집단 행동을 제어하는 데에는 또다른 방법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고 한다. 팀의 리더에 해당하는 캐릭터가 다른 대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체계. 게임을 하다보면, "get to cover" "advance cover" "search" 등의 명령을 내리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들 명령은 단순히 게이머가 적들의 상황이나 움직임을 파악하라고 존재한다거나 자막을 켠 상태인 경우 텍스트를 내보내기 위한 장식용 명령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리더격인 캐릭터가 다른 부대원에게 '시스템적' 명령을 내리는 것이란다. 부대원들은 리더의 명령을 받고 그에 대한 동작을 취하지만, 여기에는 앞서 설명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이 개입되어 명령에 불복종하는 경우도 생긴다.

실제로 게임을 진행하다 꺾인 좁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경우, 리더가 전진하라고 명령하지만, 못가겠다며 반항하는 경우를 경험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한 명이 먼저 들어오려다 총구를 대놓고 기다리던 게이머에게 목숨을 잃었다거나 통로에 진입하려다 수류탄에 폭사당한 직후, 다른 부대원들은 명령을 듣지 않는다. 반항하는 이유는 전진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답을 스스로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에 사용되는 A.I는 '스크립트'라고 부른다. 일련의 상황에 대한 설정이 모두 되어 있고 게임 속 캐릭터는 그에 맞게 행동을 취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 따라서 F.E.A.R에 사용된 것도 결국 스크립트다. 하지만,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조금 더 진보된 구조의 스크립트'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발전했다는 점에서 A.I라고 불러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몇 년 전에 시리어스 샘 개발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게임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어스 샘에 나오는 괴물들은 왜 그리 단순무식하게 움직이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에 대해 "똑똑한 적이 그렇게 많이 달려들면 이겨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컴퓨터 캐릭터가 똑똑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사람같다고 하면,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딘가에 숨어 나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재미도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즉, 사실성과 비현실적인 설정의 중간 어디엔가 놓일만한 타협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당시로썬,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F.E.A.R.를 접한 이후로는 그에 동의하지 않게 됐다. 시리어스 샘 개발자는 한 가지를 빼먹었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간에 게이머는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정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알고 나니 기분은 좋다. 그리고, 또 하고 싶어졌다. 다섯 번이나 엔딩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


Posted by Sexydino
Newest l 2006/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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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cdas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서워서 엔딩을 못봤다는..;;

    2006/03/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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