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yDino's GameLog


UT를 통해 다양한 외국인들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것을 얻고 경험하게 됐다. 벼라별 사람들이 다 있다. 현재 속해 있는 미국의 NLA라는 ZP 인스타깁 CTF 클랜의 사람들이 특히 다양한 사람들이 속해 있다. NLA는 99년 UT가 발매된 직후에 만들어진 클랜으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시류에 맞는 부속 클랜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UT2004용 부속 클랜이 따로 있고, 터보 모드라는 일반 모드보다 움직임 속도가 빠른 부속 클랜(명칭도 다름)을 갖고 있다. 이 클랜의 리더는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는 40대 중반 아줌마이고, 예전엔 여경도 포함되어 있었고, 부부 UT 플레이어도 몇 있었다.

클랜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미국인도 있고, 캐나다인도 있고, 멕시코 사람도 있고, 영국이나 괌사람도 있다. 한 번은 캐나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툼레이더 얘기가 나왔다. 툼레이더 3를 해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치트를 단 한 번 사용해서 클리어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어떤 치트를 사용했냐고 물었더니 매뉴얼(Walkthrought, 말하자면 공략집?)을 봤다는 것이다. 그게 어째서 치트냐고 했더니 그 사람은 그렇게 얘기했다. "자신이 모르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치트". 맞다.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얘기가 아닌가? 치트라고 하면 항상 치트키 입력만을 떠올렸던 내게 있어서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의 기준이었지만, 맞는 얘기다. 감이 잘 안 오는 사람이 있다면, 외국의 경우 컨닝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되겠다. 그들은 치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글을 통해 말하려고 한 것은 이런 얘기는 아니었으나, 치트키에 대해 쓰려다 보니 문득 떠올라 추가했다. 장거리 드라이빙에서 돌아와 네이버 뉴스를 뒤적이다가 게임 관련, 그것도 치트 코드를 사용하는 사람을 '파렴치한'으로 내모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띄었다.

게임속 파렴치한 '치트코드' 네티즌 항의 빗발

무슨 게임이길래 치트키를 사용하는 사람을 파렴치하다고 했을까 싶어 글을 읽어봤다. 내용인즉슨 온라인 게임에서 치트키를 사용해 이기는 사람에 대한 항의였다. 읽어보곤 혼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치트키를 모르는 사람이 바보네"

그리고는 글 내용 중에 이런 언급이 있다. 제작사를 변호하는 부분으로 "치트코드란 개발자들이 버그 수정을 목적으로 만든 '특수 기능키'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무적키'로 통한다". 과연 치트키를 '버그 수정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었을까? 치트키가 있던 최초의 게임이 무엇일까? 물론 처음에는 그랬다고 한다. 치트 코드의 역사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니 최초의 치트 코드는 아타리 2600에서 시작된 것으로 나왔다. 치트코드라는 것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타리 2600 게임이었던 "Adventure"라고 한다. 하지만 이 게임 이후 1980년대부터 이미 치트코드는 개발자들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게이머들을 위한 도우미로 탈바꿈 했다고 나온다. 내가 치트 코드라는 것을 사용한 첫 게임은 울펜슈타인 3D였다.

울펜슈타인 3D의 치트는 키입력 형식이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난 너무 인상이 깊었어서 아직 기억한다. ILM의 세 키를 동시에 누르는 것. 이 치트는 댓가를 지불하게 되어 있다. 즉, 체력과 모든 무기, 그리고 총알 가득 주는 대신 누르기 직전까지 얻었던 점수 0으로 되돌린다. 치트코드는 게이머를 위한 도우미 기능으로 제공되지만, 대신 일반적인 플레이 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으려면 댓가를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즉, 이건 개발자의 도구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었다. 울펜슈타인 3D 플레이를 끝내고 둠 시리즈 등의 다른 FPS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되어서야, 울펜슈타인 3D의 디버그 코드라는 것이 공개됐다. 이것은 전혀 다른 개념이었다. 아마도 이것이 개발자를 위한 코드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장난스러움을 찾을 수 있었다. 독일군 대신 팩맨의 유령들이 적으로 나오는..

게임을 알게 된 초기에는 치트키라는 것을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혼자 사용하면서 가책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치트 코드라는 것이 서서히 '색다른 재미 요소'를 제공하게 해준다는 것을 눈치채면서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이른바 갓 모드(God mode)라고 하는 아무리 공격당해도 죽지 않게 만드는 치트키 역시 이제는 게임을 경험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물론 없는 게임도 있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는 것만 즐기면 되고 있으면 일단 한 번 클리어하고 그것으로 색다른 재미를 얻으며 수 차례 더 놀 수 있다.

갓 모드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게 된 데에는 다른 어떤 사람의 재미있는 말 때문이었다. 그 양반은 게임을 최대한 '쉽게쉽게' 즐기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게임을 접하면 처음부터 치트키가 있는지 찾는다. 있으면 플레이하고 없으면 그냥 옆에 치워둔다. 방금 언급한 갓 모드에 대해서는 조금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미 치트키가 재미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게임플레이 방식은 그 사람만의 방식일 뿐이었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듀크 누켐 3D였다. "발이 제일 쎄". 그 때까지 다른 FPS들의 기본 무기는 주먹이었지만, 듀크 누켐 3D부터 발이 등장했다. 무슨 얘기인가 싶었더니 갓 모드로 하고 끝까지 발로만 플레이를 했단다. 총을 몇 번 사용해봤지만, 발이 제일 쎈 무기였다길래 한 번 해봤다. 그 사람 말이 맞았다. 발로 적을 죽이는 것이 제일 쉬웠다. 물론 내가 안 죽으니까 쉬워보인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다. 총으로 쐈으면 수십 발을 사용해야 했던 적이 발로 차니 두 번으로 쓰러지는 것이었다. 그 이후 갓 모드도 하나의 새로운 즐거움 요소가 됐다. 물론 재미없는 게임은 엔딩 장면이나 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치트코드는 게임의 부속물이 되어 게임과 함께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일반 플레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색다른 재미 요소가 담겨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3의 몬스터트럭같은 유닛의 제공이라든가, 캐릭터의 머리를 크게 만드는 빅 헤드 모드 치트. 툼레이더의 경우엔 개발자의 유머도 경험할 수 있다. 앞으로 한 발자국, 뒤로 한 발자국, 세 바퀴 돌아서 앞으로 점프~ 또는 직접 어떤 단어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 입력해야 하는 키 자체가 매우 재미있는 의미를 가진 것도 있다. 다른 게임을 빗대는 경우도 있고, 다른 게임에서 사용된 치트를 장난삼아 입력해보면 그에 대한 재미있는 대답이 메시지로 표시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둠2에서 둠 1 치트 코드를 입력하는 경우.

무료 제공 부속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이제는 부수입용 도구로 활용되기까지 한다. 특히 코드매스터즈. 치트 코드라는 이름 대신 '보너스 코드'로 바꾸고, 유료 전화를 통해 제공하거나, 온라인 상에서 소액을 지불하면 알려주는 식.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 재미있는 것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궁금증을 가진 나같은 사람은 돈을 주고 구입하기도 한다. 토카 3. 다행히 성공했다. 슬롯카 모드. 트랙 상에 레일이 있고, 레일에 고정된 자동차로 레이스를 하는 허를 찌르는 모드가 보너스 코드를 통해 제공된다.

이제 치트 코드는 완전한 재미 요소가 됐다. 오히려 치트 코드라는 것이 없는 게임은 기본 이외의 재미 요소가 없는 게임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기본 제공 재미 요소를 얻고 나면 게임은 끝이니까. Mod라는 것이 있다면 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없고, 치트 코드도 없다면 마이너스 요소다.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오미크론 같은 게임은 치트도 mod도 확장팩도 없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에는 멋진 어드벤쳐 게임으로 남아 있으니까. 어드벤쳐 게임은 치트 코드가 없는 장르 중 하나. 그래도 간간히 있는 게임이 있다. 예를 들면 인디4같은 게임. 이러저러한 기나긴 얘기 끝에 결국, 치트 코드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재미 요소'로 결론을 지을 수 있겠다.

하.지.만.

위 기사에 담긴 게임의 치트코드는 뭔가 잘못됐다. 멀티플레이에서의 치트를 얘기하고 있는 것. 예로부터 치트 코드는 싱글 전용이었다. 멀티에 적용되게 만들어진 것이 없었다. 혼자 플레이하면서 얻는 즐거움을 확장시키기 위한 도구 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하게 해주는 도구이지, 멀티플레이에서 상대방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지라고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다.

멀티플레이용 치트는 스타에서 급부상한 '핵(hack)'이라든가 FPS 게임에 등장하는 봇(Bot, 대표적으로 에임봇)이라는 것들로 주로 사용자의 해킹에 의해 만들어진다. UT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의 경우 치트라는 것이 있긴 있지만, 서버의 어드민 계정을 가진 사람이 그 계정으로 서버에 접속해야만 그의 손에 의해 적용되는 것이 전부이다. 예를 들면 서버에 접속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날아다니게 된다거나 하는 것. 서버에 참여한 사람은 그런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개발자가 서로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사용하라고 만들어준 것은 없다.

즉, 개발사에서 멀티플레이용 게임에 '치트 코드'라는 것을 넣어놓았다는 것 자체가 불순한 생각이라는 얘기이다. 기자가 얘기한 것처럼 진짜 버그 수정을 위해 넣은 것일까? 어쩌면 일부러 넣어놓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일부러 유출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기사를 통해 한 번이라도 더 돈 들이지 않고 홍보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치트코드에 대한 피해사례를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치를 취했다'라는 결과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른 홍보 기사보다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가 더 눈에 띄기 쉽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제목도 낚시성이다. 게임 제목을 언급했다면,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했을 것이고 결국 나는 클릭하지 않았을 테니까.  =)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누군가 금전적이든 심적으로든 피해를 입었다면, 패치라는 것만으로는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없다.

p.s. 기사 보고 의자에 앉아 열심히 졸다가 깨서 쓰는 바람에 상당히 길어졌다. 다시 보니 두서가 없는 것도 같다. 에라 모르겠다. =/


Posted by Sexydino
My Logs l 2006/03/1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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