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에 매료되어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구매한 로스트 오디세이.. 어느덧 끝이 보여가고..해서 끝을 맺기 전에 간략하게 소감을...
1. 게임 진행 중 체감 상 플레이타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소:
1) "불러오기 중"이라는 글자와 함께 진행되는 로딩 작업
매스 이펙트나 바이오샥 등의 언리얼 엔진 3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텍스쳐가 단계적으로 로딩되는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언리얼 엔진 3 만의 로딩 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는데, 중간 로딩 상태의 밋밋한 디테일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로스트 오디세이를 경험하고 나니, 그것이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 전투가 시작되기 전 주변을 보여주는 일종의 준비 작업 : 전투가 시작될 때마다 배경을 너무나도 꼼꼼하게 보여줘서 처음에는 배경에 숨은 뭔가를 찾으라는 줄 알았다.
2. 음악이 정말 좋다.
3. 카메라 시점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4. 전투 전에 배경 감상 화면도 그렇지만, 진행이 중반 쯤 가면 메뉴에서 선택할 항목이 너무 많아져서 거의 매턴 일일이 지정해야 하고 모든 마법 시전 작업 등을 하나도 빠짐없이 쳐다보고 있어야 하니 지루할 수 밖에.. 특히 카운터가 마법으로 들어갈 때, 그리고 적의 수가 6명을 넘어갈 때더 지루하고, 6을 넘기는 적들이 모두 마법을 사용하면 뭐.. 할 말이 없다.
5. 세이브 포인트 분배를 졸면서 했나보다.
어디에서는 세이브 포인트 만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데 항상 그런 것도 아니다. 위험이 전혀 없는 마을같은 장소에서는 정말 '이게 여기 왜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많다. 마을에 들어가면 세이브 포인트가 최소 3곳이 있고 문을 사이에 두고 몇 발자국만 움직이면 되는 거리에 있는 경우도 있으며 어떤 도시의 어떤 커다란 건물에는 여섯 군데나 있다. 정작 위험이 잔뜩 도사리는 필드로 나가면 찾아보기가 정말 어렵다. (위험 요소가 없었는데 생기는 장소인 경우에는 세이브 포인트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4-5시간 동안 죽은 캐릭터 살려가면서 겨우겨우 끝이 보인다고 생각할 즈음(진정한 끝은 아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콘솔을 끄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기분이 어떨까? ...에 대한 해답이 로스트 오디세이에 담겨 있다. 게임을 시작하려면 최소 3시간 정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을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캐릭터들 체력이 다해 쓰러질 때에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세~이브 포...포인트....' 하면서 죽어 넘어지게 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6. 워낙에 여기저기 뒤적이고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들르게 된 깨달음의 신전. 들어간 지 3시간 만에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
정말 힘겹게 (같은 곳이라도) 세이브 포인트를 보게 되면 당연히 저장할 수 밖에 없는데, 세이브 슬롯 5개를 돌려쓰다 보니 어느새 들어오기 전의 세이브 슬롯은 새것으로 교체.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별 짓을 다 하다 그냥 나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만 거의 24시간이 소요. 전투 1회 성공하면 캐릭터 레벨 1 상승. 결국 24시간 만에 탈출하게 됐을 때 캐릭터 레벨은 40이나 올라가 있었다.
7. 진동이 너무 자주 사용됐다. 어떤 게임은 진동이 없어 심심하다는데 이 게임은 진동때문에 간혹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진동이 끝나기를 기다리곤 했다.
8. 초반 스토리 진행은 그냥 그러려니 할만한 수준인데, 조금 지나면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9. 길은 또 왜 이렇게 미로로 만들어놨는지.. 길이 안 보여서 미로가 아니라 길은 보이지만 눈에 보이는 목적지까지 이동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독특한 미로.
10. 컷씬으로 대신해도 될만한 장면에서 버튼을 누르거나 키조작을 하게 만든 부분이 너무 많다. 게다가 툼레이더식 상자 끌기 타이밍 맞추기 등 RPG에서는 경험하기 힘든(하지만 앞으로는 별로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액션들도 많다. 여기에 더해 특정 위치에 서야만 액션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만든 것도 너무 번거롭다. 문을 하나 열려고 해도, 스위치를 누르려고 해도 정확한 위치 잡기 재시도를 해야 하니 소소한 번거로움이 여기저기 한 가득~
11. 주인공 캐릭터들 간의 대화 내용에서 조금씩 웃을만한 전개가 있어 다행.
12. 몬스터들 중에서 진행 중반 쯤 만나게 되는 '방망이를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몬스터들이 있는데 나오기만 하면 사라를 팬다. 방망이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 찍으니 당연히 머리를 얻어맞게 되는데 한 다섯 마리 쯤 나와서 연속으로 사라의 머리를 패는 장면을 보다 보면 '정말 아프겠다' 싶으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웃으면 안 되는데...
일본식 RPG들이 갖는 평범한 수준의 기본 재미 요소는 있으나 번거롭게 만드는 일이 너무 많고 4장의 디스크를 채우기 위해 준비한 대량의 동영상에 답답한 스토리 전개 등 결과적으로 상당히 지루한 게임. 랜덤 조우는 만나는 회수나 시차에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설정.
천 년의 꿈을 처음 읽게 됐을 때엔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는데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천 년의 꿈의 존재 가치가 빛을 발하더라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처음부터 호감이 생기지 않았던 캐릭터들의 외모는 지금도 여전히...
(여러 캐릭터 중 단 한 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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