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웨어가 만들면 뭔가 확실히 다른 점이 있긴 있을텐데... 하고 결국 하게된 매스 이펙트. 만족스러운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가장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부터..
1. 자동 저장 기능을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옵션에 떡~ 하니 'Auto Save' 기능이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수준의 자동 저장이 아니었다. 특정 지역의 주요 지점, 예를 들면, 항구(?)가 있는 시의 중심부 내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거릴 때에만 자동 저장 기능이 작동한다는 것을 12시간 플레이 후에야 알았다. 그것도 되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안 되는 엘리베이터가 있으며, 덕택에 6시간 플레이한 것을 몽창 날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아예 애초부터 자동 세이브 기능이 없다고 했다면, 시시각각 일정 간격으로 했을텐데, 자동으로 된다는데 일일이 할 필요가 있나? 아무튼, 이것 때문에 초반 시타델 부분은 반복해서 세 번이나 플레이해야 했다.
2. 그래픽 중 표정이 죽인다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인상을 찡그린다거나 하는 몇 가지 표정이 들어가 있는데, 말 그대로 '몇 가지' 들어가 있을 뿐. 그리고 상황에 맞게 찡그리는 정도. 문제는 얼굴 전체가 상당히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어느 한 부분만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해 오히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한, 동작도 '몇 가지'만 들어가 있다. 왼손을 활짝~ 펴고 주먹쥔 오른손으로 치는 동작. 처음에 볼 땐 '오~ 좀 하는데?' ...인데, 기분을 표현하는 동작이 이것 밖에 없는지 너도 나도 다 한다.
차세대 게임기로 넘어오면서 제작사들이 그림자 부분에서 가장 애를 먹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툼레이더 레전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나만의 표현으로 옮기면 '도주한 피터팬의 그림자 현상'. 매스 이펙트에도 등장한다.

3. 겉모습만 SF이고 실상 판타지 기반 RPG와 크게 다를 바 없긴 하나, SF의 무기와 장비의 종류에 맞게 서로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진 수 많은 보조 아이템은 하나 둘 접하다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슬슬 놀라워지기 시작한다. 정말 많다.
4. 자동차를 타고 가는 부분은 동영상으로 볼 땐 꽤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 직접 해보니 별로다. 마코(Mako)라고 하는 장갑차는 주포와 기관총의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주포나 기관총 모두 붙어 있는 위치 위로는 쏠 수 있지만 아래의 각도로는 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결국 지형의 도움을 받거나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리미리 처리하고 들어가는 편이 .. 또한 기관총은 화면에 표시되는 크로스헤어를 향해 총알을 날리는 것이 가능한 각도가 정해져 있다. 그 각도를 벗어나면 느낌으로 가늠해서 쏴야 한다.
5. 대화 부분도 조금 독특하게 준비를 하긴 했는데, 느낌이 '캐릭터가 자막이 나오길 기다리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가 아주 미세하게 톡톡 끊어진다.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길게 얘기를 주욱 하는 경우에 특히 어색한데, 당연히 주욱 이어서 해야할 말을 자막이 화면에 표시되는 시간에 맞추는 듯 끊어서 말한다. 독특한 것은 선택 지문이 상대방이 말하기 전에 화면에 등장한다는 것. 말을 주고 받는 경우에는 주욱 이어서 하게 만들었는데 혼자 말하는 건 끊어지게 했다? 이상하다...
6. 이러저러 다른 부분들은 그렇다치고, RPG에서 가장 중요한 퀘스트 부분은 정말 재미있다. 메인 퀘스트보다는 사이드퀘스트의 준비를 정말 잘한 듯. 메인 퀘스트는 스토리대로 흘러갈테니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힘든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이드 퀘스트는 정말 신선하다. 일반적인 표현이 '사이드 퀘스트'이지만 실상 매스 이펙트에서는 이런 표현은 적당하지 않다.
큰 기대를 짊어진 한 사람이 큰 그릇이 되는 데에 필요한 '쓸만한 인간 됨됨이'를 갖출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캐릭터의 레벨을 높이고 더 강하게 만드는 개념의 '사이드 퀘스트'와는 다른 면이 있다. 아무튼 일단 메인 스토리와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사이드라고 하기로 하고, 이런 퀘스트의 전형적인 특징은 '그냥 해주면 된다'는 것. 누구를 만나 무엇을 전달하든지 대화를 하다가 쌈박질해서 죽이든 살리든, '받고 해주는' 형식이다.
매스 이펙트의 퀘스트에도 그런 일반적인 유형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 매스 이펙트의 주인공은 군인이다. 그냥 군인도 아니고 우주 전체의 정책 결정을 하는 핵심 집단 의회에는 한 번도 지구인이 선발된 적이 없어, 그에 합당한 인물을 찾아 넣어보려는 시도로 선택된 군인이다. 이런 설정에서 시작하니 이 사람은 정의의 수호자격인 인물이 될 수 밖에 없다.
많은 RPG들은 선과 악을 기본적인 성향의 잣대로 사용하지만, 매스 이펙트에서는 단순히 '이것은 선'이고 '저것은 악'이라고 구분할 수 없도록, 합법과 불법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도입했다. 불법은 법을 어기는 행위일 뿐 '악'이라고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퀘스트는 합법이지만 선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불법이지만 악이라고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하게 만들면서, 하나의 퀘스트에서 다른 퀘스트로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예를 들면, A라는 회사가 B 회사에 좀 못되게 굴어 결국 B 회사에서 A 회사의 정보를 빼내기로 했다. 스파이를 고용해 A 회사의 중역을 잘 꼬셔 도청장치를 붙이려고 하는데 어째 대화가 잘 풀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계산을 뽑고 있는 중. 마침 유명한 경력이 세상에 알려진 주인공이 근처를 지나게 된다. 스파이는 주인공을 잘 구워삶아 끌어들여 일을 대신하게 만드는데, .... 만약 다른 RPG였다면 여기서 A 회사의 중역을 만나 잘 구워 삶든 때려잡든, 그 집을 알아내 몰래 들어가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나오는 것으로 끝이겠지만 ...
매스 이펙트에서는 대역을 맡은 주인공이 A 회사의 중역에 다가가 말을 꺼낼 때 매우 색다른 항목을 보게 된다. 물론 스파이가 부탁한대로 할 수도 있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이번엔 나쁜 짓을 한 번 해볼까..말까...'라는 한 번의 갈등을 거쳐 '한 번 해보지 뭐' 해서 맡아 잠시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데, 중역을 만나는 순간 'A 회사 중역에서 진실을 불어버린다'라는 항목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예 이런 항목이 없었다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해서 경험치도 얻고 상품도 얻으면 그만이었을텐데.. 한 번의 갈등 후 다시 한 번 갈등, 그리고 스파이에게 돌아가 말을 걸면 '거짓으로 일 끝났다고 말한다'는 항목이...
정말 짜릿하다.
한 예일 뿐, 상황과 내용에 따라 정말 많은 갈등을 하게 만드는 것이 하다 보면 '바이오웨어, 네놈들이 내 본심을 알고 싶은게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
7. 경험치 부분도 좀 색다른 면이 있다. 말 그대로 '경험치'는 경험을 하면 주는 것이지만 여태까지 모든 RPG는 퀘스트와 몬스터 사냥에서만 경험치를 얻었다. 매스 이펙트에서는 그런 경우에도 주지만,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치를 얻게 했다. 이 부분도 독특하다. 뭔가가 눈에 띄어 했는데, 갑자기 경험치 포인트로 쪼로록~ 올라가는 것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랬다.
8. 전반적으로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웃음짓게 만드는 장난끼어린 유머도 찾아보면 꽤 많다. 예를 들면, 우주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정치꾼들만 우글우글하는 시타델의 내부는 상당히 미래적이면서 한 편으로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말끔한 지역. 찾아온 사람들을 안내하는 홀로그램 캐릭터들이 있다. 일반적인 정보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는 상당히 기계적이고 예의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아무튼 처음 와본 곳이니 지리를 물었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여기저기저기를 가리키며 여긴 어디, 저긴 어디, 저긴 어디..
자동 저장 기능을 믿었다가 발등을 두 번 찍혀 아직도 거의 제자리 걸음 상태지만, 아무튼 RPG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감동을 받았다. 나머지 아닌 부분이 좀 거슬리지만, 그래도 이런 면이 있기에 '역시 바이오웨어'라고 하는 듯.
끝을 보게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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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 이펙트, PC로도 출시되었나요? 아니라면… 후우…
2007/12/06 21:47현재 바이오웨어가 MS의 퍼스트파티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들도 결국 PC로 나온 걸 보면 이것도 나올 것 같긴 합니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죠...;;
2007/12/06 23:41세심한 리뷰 잘 봤습니다. 읽어보니 좀 덜 만들어진 느낌이 드는데 스케일이 워낙
2007/12/06 23:32커서 손을 다 못댄건지... 그래도 장점이 더 뛰어나다니 다행임니다.
오늘 도착했다고 전화왔던데 플레이가 기대되네요^^;(세이브는 열심히 해야겠군요...)
바이오웨어가 EA에 합병 된 이후 'EA스러운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심 걱정이 됐는데 매스 이펙트는 그래도 좋은 평가들이 많더군요. (아무래도 EA에 합병 당하기 이전에 개발 단계는 다 끝내놓아서 그런건지..)
2007/12/09 08:50저도 해보고 싶을 뿐입니다..ㅠ_ㅠ
재미는 있는데.. 헤일로의 악몽은 항상 반복되는 듯. 재미있다고 한 유형의 퀘스트는.. 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만 가능한데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모여 있는 곳은 두 곳 뿐이라는 것이 매스 이펙트의 약점. 더 있을 줄 알았는데 끝까지 안 나오더군요. 프리랜서 수준으로 많은 장소를 원하는 건 초반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충 감이 오긴 하는데 ... 아무튼 재미도 있고 다시 플레이할 요소(선택 덕택에)가 있지만 그런 것의 비중이 반도 안 된다는 것이..;;;
2007/12/10 12:55